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경기 양주시 남면 상수리의 한 축사에서 15일 오후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한 가축을 땅에 파묻고 있다.
양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안동 첫신고뒤 5일간 ‘무방비’ 타지역으로 번져
경기도 뒤늦게 주요길목에 이동 방역초소 설치
경기도 뒤늦게 주요길목에 이동 방역초소 설치
경기 포천과 인천 강화발 구제역이 올해 상반기 내내 국토의 절반을 휩쓴 데 이어 경북 안동발 구제역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축산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경북에서는 구제역 발생 3주째인 이날까지도 하루 20건 가까이 의심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경계지역(반경 10㎞ 안) 내부의 농장이 대부분이지만, 30%가량은 구제역 양성으로 판명되고 있다. 예방 차원에서 가축을 매몰한 농장에서도 날마다 10여건의 구제역 추가 감염이 확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학조사 대상 농가도 1000곳에 가깝다고 한다. 한 수의사는 경북지역의 구제역 상황을 두고 “걷잡을 수 없이 창궐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초동 대응의 실패가 이런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3일의 첫 신고만 제대로 처리했더라도 지금 같은 지경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밀진단 시설이 없는 경북지역 위생검사소의 답답한 대응에 속이 터진 농장주가 28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신고할 때까지 구제역 바이러스는 닷새 이상 자유롭게 활보했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지역별 항원검사 시설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 북부의 구제역이 안동에서 건너갔는지 여부는 유전자 염기서열 검사가 끝나는 17일에야 알 수 있다고 농식품부는 말한다. 국외에서 새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두 차례나 홍역을 치렀던 경기도가 방심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경기도는 15일 새벽부터야 부랴부랴 주요 길목 48곳에 이동 방역초소를 설치했다.
경기 북부 구제역 발생 농장의 동업자가 가축거래 상인이고, 경북 군위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이달 초부터 이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도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두 사람과 축산 농가들의 접촉이 잦아, 이미 주변 지역으로 구제역이 꽤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도 악재다. 소독약 분무기의 노즐과, 생석회에 뿌린 물이 얼어붙어 방역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구제역 확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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