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안전기술공단 박홍신 본부장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박홍신 진단2본부장은 “삼풍 붕괴로 국민들은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지만 너무나 값비싼 교훈이었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은 출범한지 채 석달이 지나지 않았다. 94년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계기로 공단이 생기게 된 것이다. 새 업무에 아직 손이 익지 않았을 무렵 ‘삼풍’이 터지자 당시 건축진단본부 부장이었던 박홍신 본부장도 현장에 투입됐다.
“당시 현장에선 2차 붕괴 위험을 따지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죠. 하루종일 구조 활동을 벌이다가도 밤 11시쯤 되면 포크레인 기사들 사이에서 ‘이러다 정말 나머지 건물마저 무너진다’며 웅성거렸어요. 현장에 컴퓨터 10여대를 가지고 와서 계측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낮에 햇볕을 받았던 철근과 콘크리트가 늘어났다 수축되는 과정에서 건물이 2.7㎝ 가량 기운다는 사실을 발견했지요.” 박 본부장의 정확한 예측 덕분에 구조 활동은 계속됐고 소중한 생명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삼풍 덕분에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상당히 나아졌다고 평가한다.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들은 돈을 들여 안전진단을 받는데 큰 거부감이 없어요. 전문가들이 와서 이 건물은 위험하다고 사용제한 조처를 내리면 수용하는 분위기지요.” 그럼에도 그는 건물 주인들이 안전유지비용을 관리비용에 포함시키는 데는 여전히 인색하다고 지적한다. “건물을 지은 뒤 난방·전기료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운영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는 또한 투명한 정보화시스템만이 건설 과정의 비리와 불합리를 털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사 현장마다 공사일지를 쓰게 돼 있습니다. 반장급 이상의 실명을 밝혀 누가 철근 가공을 했는지, 콘크리트 타설을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적게 돼 있죠. 이처럼 아주 구체적인 수준까지 문서 형태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어 책임기술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체계화돼야 합니다. 500~1000쪽에 이르는 종합보고서를 누가 일일이 뒤져보겠습니까? 건설 정보는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듭니다.”
글·사진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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