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뒤집는 핵심 증인에 “경기가 날 지경”
“검찰 수사에서 ‘한명숙’이라는 이름이 더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21일 검찰의 한 간부는 전날 한명숙(66)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줬다’는 건설업자 한아무개(49·구속중)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은 뒤의 검찰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이번에는 수사가 탄탄하게 이뤄졌고 객관적 증거도 많다고 하니 지난번 5만달러 수수 의혹 때처럼 무죄가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한 전 총리가 연루된 수사는 이제 피곤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지역구였던 경기 고양 식사지구의 인허가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행여 한 전 총리의 이름이 튀어나올까봐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수사할 땐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180도로 말을 뒤집는 핵심 증인들이 연거푸 나오는 통에 “검찰로서는 경기가 날 지경”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서울지역의 한 평검사는 “이러다 ‘한명숙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검찰은 앞서 ‘5만달러를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해 한 전 총리를 기소했지만, 곽 전 사장이 법정에서 “검사가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며 진술을 뒤집는 바람에 뒤통수를 맞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결국 이 사건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검찰 개혁 요구를 자초했다. 이 검사는 “9억원 수수 의혹 공판 결과에 따라 검찰과 한 전 총리 중 어느 한쪽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부담감은 검찰의 자업자득에 가깝다.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선고 하루 전날 무리하게 새로운 수사를 시작했다면 (수사와 공소유지까지도) 완벽하게 했어야 한다. 한씨가 심경을 바꾼 사실을 공판에 가서야 알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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