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실습 안받고 집체교육” 국토부, 면허취소 타당 입장
현장선 “개인별 교육 불가능” 권익위에 ‘취소 부당’ 진정서
현장선 “개인별 교육 불가능” 권익위에 ‘취소 부당’ 진정서
제설작업 등을 하는 로더(건설 자재를 트럭에 싣는 장비) 기사 조민수(41)씨는 지난달 구청에서 로더 면허 취소처분 통보를 받았다. 15살, 3살짜리 두 자녀를 둔 조씨는 지난해 9월 로더 기사 자격증을 딴 뒤 로더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조씨는 “면허가 한번 취소되면 2년 안에는 같은 장비로 면허를 딸 수 없는데, 살길이 막막해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굴착기 면허를 딴 김아무개(39)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유통사업 실패 뒤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3650만원을 들여 굴착기를 구입해 일을 다녔는데 당장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양평의 지하수 공사장에서 일하던 박아무개(28)씨는 지게차 면허가 취소돼 지금은 현장에서 막일을 한다. 박씨는 “임금이 40% 이상 줄어 자식 둘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9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소형 건설기계조종 면허학원들이 면허 취득에 필요한 실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이수증을 발급한 혐의로 서울지역 3곳의 중장비학원장 3명을 입건했다. 특히 2007년부터 이들 학원에서 면허를 딴 3300여명의 면허를 취소 처분하라고 각 자치단체에 통보했다.
하지만 조씨처럼 면허 취소를 통보받은 이들은 경찰이 비현실적인 규정으로 ‘밥줄’을 끊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 수사 뒤 폐업한 대우중장비학원의 조명완 전 원장도 “우리 학원은 1994년부터 집체교육 방식으로 법에 지정된 이론·실습 교육을 모두 했는데도, 개인별 교육이 아닌 집체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수증을 받은 1300여명의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냈다.
문제가 된 집체교육은 20~30여명이 한 대의 중장비로 돌아가며 교육을 받는 방식인데, 관련 법규에는 중장비 실기 교육이 ‘집체교육’인지 ‘개인별 교육’인지 뚜렷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국토해양부는 “개인이 지정된 시간 동안 실제 중장비를 작동하며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태도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우리 구청에만 120여명의 중장비 기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국토부의 해석대로라면 중장비학원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학원당 보유하고 있는 중장비 기계가 보통 1~2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중장비 실기 교육도 대부분 집체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충남 태안군 농업기술센터 김주연 교관은 “군에서 지원하는 중장비 실기 교육도 30명 정원의 집체교육”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2000년, 이번에 적발된 대우중장비학원에 ‘지게차와 굴착기 훈련 방법으로 30명 정원의 집체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지정서를 내주기도 했다.
조명완 전 원장은 “학원의 잘못과는 별개로,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 때문에 수강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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