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휩쓴 지역들
경북, 일단 진정세…“그래도 긴장 못늦춘다”
경북, 일단 진정세…“그래도 긴장 못늦춘다”
경기 북부지역 축산업계의 붕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1~2월 구제역으로 5416마리를 매몰처분했던 경기도 포천지역의 축산농가들은 가까스로 재기의 길을 걷고 있지만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하자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올해 초 젖소 103마리를 매몰처분한 뒤 80여마리를 재입식한 포천시 영중면 김원택(59)씨는 “구제역이 한해에 두번씩이나 발생하다니, 이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포천시의 우제류(소·돼지처럼 발가락이 짝수인 포유동물) 축산농가는 1166곳으로, 소 3만4000여마리와 돼지 24만5000여마리 등을 기른다. 안태용(56) 포천시 한우협회장은 “연초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구제역이 또 발생해 지역 축산업이 붕괴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5~22일 경기 북부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됐거나 살처분 예정인 우제류는 136개 농가, 7만6953마리에 이른다. 이는 1~2월 포천과 연천지역에서 살처분한 5956마리의 10배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경기 서부권인 김포시까지 22일 구제역 확정 판정이 나자, 지난 4월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본 강화군 축산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화군은 강화도와 연결된 초지대교, 강화대교에 방역초소를 설치하며 차단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구제역 의심 증상이 신고된 충남 천안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구제역 전염은 시간문제라고 받아들이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이후 구제역 양성 판정이 멈춘 경북에서는 아직까지 가축 매몰작업을 하고 있다. 안동시는 구제역이 발생한 풍산읍·와룡면 등에 남아 있는 가축 1만3000마리 가운데 전파 우려가 큰 마을 6곳의 한우와 돼지 2123마리를 매몰하기로 했다. 박순보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21일 이후 새로 의심 신고가 접수된 곳이 없어,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경북에서는 진정세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양 인천/박경만 김영환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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