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신촌역 앞 광장에서 ‘사랑의 몰래산타 대작전’을 위해 함성을 지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5번째 몰래산타 대작전
직접 낸 돈에 기부금 더해
두달전 신청받고 방문조사
원하는 선물 사 일일이 포장
조손가정 등 1102명에 전달
“내년에는 5천명 모을 계획”
직접 낸 돈에 기부금 더해
두달전 신청받고 방문조사
원하는 선물 사 일일이 포장
조손가정 등 1102명에 전달
“내년에는 5천명 모을 계획”
우당탕탕. 빨간 점퍼를 입은 민지(9·이하 가명)가 남동생 민욱(7)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나왔다. 할머니가 “오늘 밤 산타 할아버지가 온다”고 알려준 터라 남매는 아침부터 목이 빠져라 산타를 기다렸다. 빨간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박주영(23)씨 등 8명의 자원봉사자가 촛불을 밝힌 케이크를 들고 ‘루돌프 사슴코’ 노래를 부르며 나타났다.
‘착한 일을 했냐’는 질문에 민욱이가 재빠르게 “설거지요. 냄비까지 씻었어요. 할머니한테 배웠거든요”라고 말했다. 민지와 민욱이가 “산타 할아버지~” 하고 부르자, 산타 복장을 한 김태훈(20)씨가 등장했다. 할머니와 사는 남매는 23일 저녁 산타 할아버지한테 곰인형과 겨울 외투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
한국청소년재단 소속 서대문청소년수련관이 주최하는 ‘사랑의 몰래산타 대작전’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2006년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에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해보자며 100명의 자원봉사자로 시작한 이 행사는 올해 자원봉사자만 ‘1004명’으로 늘었고, 23~24일 이틀 동안 1102명의 아이들을 찾아갔다.
이곳의 산타는 특별하다. 자원봉사자 1004명은 11~12일 ‘산타학교’ 수업을 자청해 캐럴 부르기, 마술 익히기, 풍선아트 등을 배웠다. 산타가 되기로 한 자원봉사자는 동영상을 보며 산타처럼 말하기, 웃기 등을 연습했다.
두 달 전부터 각 구청의 협조를 받아 보호자들한테서 ‘산타 신청’을 받았고, 직접 방문조사를 통해 아이가 ‘잘한 일’과 ‘잘못한 일’도 미리 알아뒀다.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파악해 하나하나 구입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손수 선물을 포장했다. 산타 역을 맡은 김태성(24·대학생)씨는 “나도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비슷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다른 아이들 역시 올해 크리스마스가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 애들 앞이라 정말 떨린다”고 했다.
아이들 선물은 자원봉사자들이 각자 낸 후원금 1만원과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해피빈’ 소액기부를 받아 마련했다. 지난 10월 수련관에서 네이버에 ‘사랑의 몰래산타 대작전, 미리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모금을 했고, 5183명이 100~200원의 쌈짓돈을 기부해 한달 만에 264만원이 모였다.
이틀 동안 1004명의 산타가 찾은 곳은 대부분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이었다. 처음엔 쭈뼛쭈뼛 낯을 가리던 아이들도 산타가 선물꾸러미를 풀 때면 금세 환한 표정의 ‘천사’가 됐다. 갖고 싶던 로봇을 선물받은 김명민(8)군은 “앞으론 반찬을 가려먹지 않고 할머니 말씀도 잘 들을게요”라고 말했다. 가방을 선물받은 김희진(9)양도 “내년에 또 오세요” 하며 산타 할아버지에게 손을 흔들었다.
한국청소년재단 강혜자 홍보팀장은 “100명으로 시작한 작은 행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1004명으로 커졌다”며 “내년엔 5000명의 산타들을 모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이유진 기자 sflower@hani.co.kr
황춘화 이유진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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