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족에 1억6천만원 줘야”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정아무개(숨질 당시 23)씨는 1976년 해군 방위교육대에 입대했다. 그는 교리에 따라 입대 직후부터 집총을 거부했고 명령위반죄로 구속됐다. 기소유예 처분으로 교육대로 복귀한 정씨는 소속부대 군인들로부터 총기의 개머리판으로 맞는 등 심한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로 인해 정씨는 의무대로 후송되기도 했다. 같은 교인인 서아무개씨가 면회를 갔을 때 정씨는 얼굴과 온몸이 심하게 부어 있고 멍이 들어 있었다. 부대 복귀 20여일 만에 정씨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숨지기 전 가족에게 “막무가내로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군부대는 관련자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사인불상 병사’로 결론지었다. 가족에게는 위로금 12만원이 전달됐다.
30년이 지난 2006년 서씨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사인 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진상규명위는 “정씨가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집총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로 인해 신병교육대 등에서 6주에 걸쳐 극심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한정규)는 “군이 적극적으로 진실을 은폐·축소했다는 증거가 없고, 손해배상 청구시효도 지났다”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군부대가 사인을 은폐하고 군헌병대는 관련자 조사를 하지 않는 등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바로 행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다”며, 국가는 유족들에게 1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도 별도 판단 없이 원심을 확정(심리불속행)했다고 26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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