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해고된 박종태(왼쪽)씨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삼성의 노동조합 설립 탄압규탄 및 삼성전자 박종태씨 해고무효확인소송 소장제출 기자회견’에서 직무대기와 ‘왕따 근무’ 등 삼성에서 그동안 당했다는 일들을 말하다 울먹이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노조 설립” 삼성전자 전 직원 해고무효 소송
회사-노동계, 복수노조 시행 앞 갈등 본격화
회사-노동계, 복수노조 시행 앞 갈등 본격화
사내 전산망에 노조 설립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해고된 삼성전자의 대리급 사원이 법원에 해고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노동계는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온 삼성이 내년 7월로 예정된 복수노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사내의 노조 결성 움직임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 근무하던 박종태 대리는 27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가 자신에게 부당한 출장을 강요해 거부하자 ‘왕따 근무’를 시키는가 하면 사내 전산망에 노조 설립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자 끝내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리는 2007년 11월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뽑힌 뒤 활동하던 중 브라질·러시아 등으로 장기 출장을 가라는 회사의 지시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뒤 회사는 지난 7월 비어 있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다 퇴근하는 ‘왕따 근무’를 한 달간 강요했고,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1달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박 대리는 지난달 3일 사내 전산망에 “삼성전자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에 보장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를 건설하는 게 사원들의 권리를 지키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내용의 글을 띄웠다. 회사는 지난달 26일 ‘업무지시 불이행, 허위사실 유포, 회사 명예실추’ 등의 이유를 들어 그를 해고했다고 한다.
박 대리는 “그동안 회사가 자신을 미행하고 회사에서의 컴퓨터 통신 등을 엿보는 등 인권침해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드시 노조를 설립하고 회사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
노동계는 박 대리에 대한 해고가 사내 노조 결성을 저지하려는 삼성의 일관된 정책이 반영된 조처로 보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SDI), 삼성에스디에스(SDS) 등에서는 노조를 결성하려는 현장 노동자를 국내 및 국외로 데리고 돌아다니며 회유·협박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온 적이 있고, 노조 결성 세력을 감시하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추적까지 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이번 해고는 또 내년의 복수노조 시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내년 7월 이후에는 삼성 계열사 여기저기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분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중공업·증권·화재·생명·에스원 등에는 노조가 설립돼 있으나, 대부분 사실상 서류로만 존재하거나 활동이 미미한 상태다. 법외노조인 삼성일반노조의 김성환 위원장은 “복수노조 때 노조 설립 기회가 많아지는 걸 앞두고 삼성이 계열사의 문제 사원을 솎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남용 삼성전자 상무는 “출장을 갈 수 없는 상태인지 판단할 정확한 소견을 위해 3차 의료기관 진단서를 떼어 오라고 했으나 박 대리가 제출하지 않았고, 출장을 가지 않는 부서를 찾아주기 위해 시간이 걸렸을 뿐 ‘왕따 근무’는 없었다”며 “박 대리는 누적적으로 업무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 등이 이유가 돼 해고된 것이지 노조 결성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이에 대해 김남용 삼성전자 상무는 “출장을 갈 수 없는 상태인지 판단할 정확한 소견을 위해 3차 의료기관 진단서를 떼어 오라고 했으나 박 대리가 제출하지 않았고, 출장을 가지 않는 부서를 찾아주기 위해 시간이 걸렸을 뿐 ‘왕따 근무’는 없었다”며 “박 대리는 누적적으로 업무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 등이 이유가 돼 해고된 것이지 노조 결성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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