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헌재서 ‘자유’ 확인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왼쪽 사진 오른쪽)가 28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오른쪽 사진 오른쪽) 등 재판관들이 심판정에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결정’ 무엇을 담았나
“명백한 허위사실 표현도 언제나 타인 침해는 아니다
인터넷에선 실시간 반론 가능…국가 교란 위험 없어
국가가 해악성 재단해선 안돼…사상경쟁에 맡겨야” 28일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처벌하던, 반문명적인 법 조항이 사라졌다. 정부정책 등에 대한 비판까지도 유언비어·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해 ‘인터넷·스마트폰 시대의 긴급조치’로 불리던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헌법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선 ‘허위사실의 표현’까지도 헌법의 보호영역으로 끌어안은 헌재의 결정이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표현의 자유’의 개념과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했다. ■ ‘허위사실’ 표현도 보호 대상 헌재는 ‘공익’과 ‘허위’의 개념을 용어사전 수준으로 자세히 풀어 썼다. 전기통신기본법이 두 개념을 모호한 상태로 두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처벌하는 근거로 악용됐기 때문이다. 헌재는 전기통신기본법의 ‘공익을 해할 목적’에서 말하는 ‘공익’의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어떤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치는 것인지 사람마다 그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현행위가 어떤 공익에는 촉진적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다른 공익에 대해서는 해가 될 수도 있다”며 ‘복수의 공익’이 존재한다는 점을 전제로 들었다. 조대현·김희옥·송두환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해당 법 조항이 제정된 이후 40년 이상 적용되지 않은 채 사문화한 상태였는데, 최근 몇년 사이에 갑작스레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처벌을 일삼아 온 검찰이 이번 정부 들어 모호한 개념을 확대해 자의적으로 적용해 왔다는 비판이 깔린 셈이다. 이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허위’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어떤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 객관적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허위사실의 표현’을 판단하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백한 허위사실을 표현하더라도, 그 행위가 ‘언제나’ 타인의 명예·권리, 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 사상·의견 자유경쟁에 맡겨야 헌재는 사실과 거짓, 객관과 과장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인터넷에서의 여론형성 기능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의견을 내놨다. 헌재는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 촉진적인 매체’로 규정하면서, “인터넷에서는 특정 표현에 대한 반론·반박도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허위사실을 표현하더라도 국민의 올바른 정보획득이 침해되거나 범죄 선동, 국가질서 교란 등이 발생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위의 통신 자체가 사회적 해악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 요건을 동원해 처벌하는 국가의 개입 필요성에 의심이 간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헌재는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세계적인 입법례를 살펴봐도 허위사실 유포 자체를 처벌하는 민주국가의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반면 목영준·이동흡 재판관은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명백한 허위통신에 대해서는 통상의 표현행위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논평을 내어 “예컨대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모든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표현들이 단순히 허위라고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헌재 결정의 본질”이라며 환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인터넷에선 실시간 반론 가능…국가 교란 위험 없어
국가가 해악성 재단해선 안돼…사상경쟁에 맡겨야” 28일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처벌하던, 반문명적인 법 조항이 사라졌다. 정부정책 등에 대한 비판까지도 유언비어·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해 ‘인터넷·스마트폰 시대의 긴급조치’로 불리던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헌법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선 ‘허위사실의 표현’까지도 헌법의 보호영역으로 끌어안은 헌재의 결정이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표현의 자유’의 개념과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했다. ■ ‘허위사실’ 표현도 보호 대상 헌재는 ‘공익’과 ‘허위’의 개념을 용어사전 수준으로 자세히 풀어 썼다. 전기통신기본법이 두 개념을 모호한 상태로 두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처벌하는 근거로 악용됐기 때문이다. 헌재는 전기통신기본법의 ‘공익을 해할 목적’에서 말하는 ‘공익’의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어떤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치는 것인지 사람마다 그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현행위가 어떤 공익에는 촉진적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다른 공익에 대해서는 해가 될 수도 있다”며 ‘복수의 공익’이 존재한다는 점을 전제로 들었다. 조대현·김희옥·송두환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해당 법 조항이 제정된 이후 40년 이상 적용되지 않은 채 사문화한 상태였는데, 최근 몇년 사이에 갑작스레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처벌을 일삼아 온 검찰이 이번 정부 들어 모호한 개념을 확대해 자의적으로 적용해 왔다는 비판이 깔린 셈이다. 이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허위’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어떤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 객관적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허위사실의 표현’을 판단하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백한 허위사실을 표현하더라도, 그 행위가 ‘언제나’ 타인의 명예·권리, 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전기통신기본법 위헌결정 내용
■ 사상·의견 자유경쟁에 맡겨야 헌재는 사실과 거짓, 객관과 과장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인터넷에서의 여론형성 기능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의견을 내놨다. 헌재는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 촉진적인 매체’로 규정하면서, “인터넷에서는 특정 표현에 대한 반론·반박도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허위사실을 표현하더라도 국민의 올바른 정보획득이 침해되거나 범죄 선동, 국가질서 교란 등이 발생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위의 통신 자체가 사회적 해악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 요건을 동원해 처벌하는 국가의 개입 필요성에 의심이 간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헌재는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세계적인 입법례를 살펴봐도 허위사실 유포 자체를 처벌하는 민주국가의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반면 목영준·이동흡 재판관은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명백한 허위통신에 대해서는 통상의 표현행위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논평을 내어 “예컨대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모든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표현들이 단순히 허위라고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헌재 결정의 본질”이라며 환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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