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폭설에 서초 산청마을 울상
28일 새벽 2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인 ‘산청마을’ 주민들이 장대를 들고 하나둘씩 집 밖으로 나왔다. 지난달 28일 화재로 이 마을 21가구가 불탄 뒤 이들이 새로 짓고 있는 임시주거용 비닐하우스 위로 눈이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산청마을주민회 부회장인 이광재(46)씨는 “비닐하우스 위로 눈이 쌓이면 철근이 휘어지고 비닐이 찢어질 수 있다”며 “눈을 털다 새벽 3시께 잠깐 눈을 붙인 뒤 아침에 다시 눈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전에는 구청 공원녹지과 직원 20~30명이 “철거를 시작하겠다”고 들어와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대부분의 주민이 일하러 나가고 마을에는 노인 5~6명만 남아 복지단체에서 기부하기로 한 연탄 2000장을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이씨는 “주민들이 완강하게 저항해 당장 철거는 면했는데 내일 또 온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밤새 집중적으로 눈이 내린 탓에 출근길 직장인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도로 곳곳이 빙판길로 변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로 출근했고, 아침 한때 대중교통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서울지하철 2·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은 출근 인파가 몰려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승객이 지상까지 50여m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하철 운행도 순조롭지 않았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광화문으로 출근했던 직장인 권아무개(41)씨는 “사람들이 꽉 들어찬 열차가 급정거를 반복하고 차량이 계속 앞뒤로 흔들리는 바람에 출근길이 2~3배는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열차 차고가 지상에 있어 밤새 열차에 쌓인 눈이 녹으면서 바퀴 등에 물기가 남았던 것 같다”며 “물이 묻으면 마찰력이 달라져 승객들이 불편하게 느꼈을 수 있고, 급정거는 앞 차량과 간격 유지 등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 때문에 일부 하늘길도 막혔다. 서울과 경기, 충청남북도와 남부 일부 지방은 눈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됐다. 인천공항에서는 오후 1시께 중국 칭다오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 등 4편이 결항했고, 인천공항에 착륙하려던 항공기 30여편도 하늘에서 발이 묶였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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