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하고 긴급한 사회적 혼란이 실제로 발생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인터넷·휴대전화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 그 자체가 범죄다. 연평도 포격 직후 한 대학생이 같은 학과 친구 4명에게 ‘남성분들은 자대배치 명령을 기다리시오’라는 문자메시지를 장난 삼아 보냈다가 기소됐다. 유독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특히 국가정책이나 국정운영에 반하는 거짓말을 하면 범죄가 된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처벌의 근거인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법률가조차 법적용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지난 28일 위헌 결정했다. 헌재가 헌법불합치가 아니라 단순위헌으로 결정한 것은 법적 공백에 따른 위험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인터넷에서 특정인을 겨냥한 명예훼손 등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규제가 가능하다. 거짓말은 사기죄나 모욕죄, 선거범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보완·대체입법’이 필요하다며 처벌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일부 보수언론도 거들고 나섰다. 이들은 헌재가 ‘허위사실의 표현’도 언론·출판의 보호영역에 있다고 밝히면서, “다만 헌법 제37조2항에 따라 국가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한 짧은 구절을 앞세우고 있다. 대검찰청도 29일 “국가적·사회적 위험성이 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헌재 쪽은 “헌법 제37조2항은 모든 기본권을 제한할 때 적용되는 일반원칙일 뿐”이라며, 대체입법의 근거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헌재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는 여타 기본권을 제한할 때보다 더 엄격한 원칙을 요구한다는 것이 헌재의 판례”라며 “‘위험 가능성’이나 ‘사회혼란 야기 우려’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명백하고 당장 위험이 발생해야 예외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가적·사회적 위험’이라는 용어는 헌법 제37조2항의 ‘국가 안전보장·질서유지’와 같은 의미인데, 헌재는 이번 위헌 결정을 하며 “헌법 제37조2항의 조문을 그대로 법률에 옮겨놓아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무부 등은 위헌 사유를 대체입법의 근거로 삼고 있는 셈이다.
헌재 쪽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가정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 위축효과가 발생한다”며 “위헌 결정의 취지는 국가가 개입할 경우 하나의 의견만을 강요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이를 시민사회의 자정능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