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의 피해자인 김종익 엔에스(NS)한마음 전 대표(오른쪽)가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제기한 ‘회삿돈 횡령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으려고 2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씨의 변론을 맡은 최강욱 변호사.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검찰, 민간인 사찰 수사 부실
검찰의 민간인 사찰 수사는 ‘그랜저 검사’ 수사와 함께 올해 검찰의 위상을 추락시킨 대표적인 부실 수사로 꼽힌다. 검찰의 수장인 김준규 검찰총장은 물론이고 검찰 사무를 관리·감독하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까지도 수사 실패를 인정할 정도였다.
부실의 핵심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불법사찰 배후나 윗선의 존재를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몸통’ 수사는커녕 검찰은 지원관실에 대포폰을 건넨 ‘깃털’ 격인 청와대 행정관을 호텔에서 조사하는 굴욕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지원관실 증거인멸 끝난뒤에야 압수수색 ■ ‘늑장 압수수색’…첫단추부터 부실 수사는 첫단추부터 잘못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은 지난 7월5일 총리실의 수사의뢰를 받은 뒤 나흘이 지난 9일에야 지원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지원관실은 그사이에 대포폰을 써가며 ‘디가우서’라는 전문 장비까지 동원해 활동 기록이 담긴 컴퓨터 파일을 영구삭제했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 근거를 수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늑장 압수수색은 수사의 기초도 모르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귀남 장관은 10월21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공무원이 설마 증거를 인멸하겠냐’는 생각에서 압수수색이 늦어졌는데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이라며 안이한 대응을 인정했다. 장관이 보기에도 압수수색이 늦은 것은 문제였다는 것이다. 행정관 ‘호텔 진술조서’ 제출조차 안해
■ 청와대 행정관에게도 벌벌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검찰은 나중에도 실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검찰은 지원관실의 장아무개(37·불구속 기소) 주무관이 증거인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아무개 행정관에게 대포폰을 건네받아 사용한 사실을 통화기록 조회를 통해 확인했다. 배후로 지목돼온 고용노사비서관실이 증거인멸 등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포착한 나름의 성과였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사까지 대동한 최 행정관을 검찰 청사가 아닌,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사했다. 검사가 행정관을 조사하러 ‘출장’까지 나간 것이다. 최 행정관이 상사인 이영호(46)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도 전례없는 저자세를 보인 셈이다. 검찰은 한술 더 떠 최 행정관의 진술조서를 법원에 제출하지도 않았다. 진술조서 대신 수사보고서를 제출한 검찰은 이 보고서에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 행정관’을 단순히 ‘최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신분을 가린 것이다. 검찰의 이런 태도 때문에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청와대’라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포폰의 존재 자체를 검찰이 오히려 감추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영포라인’ 윗선 의혹 쏟아져도 미적대기만 ■ ‘영포회’ 봐주기? 행정관 한 사람에게 쩔쩔매던 검찰은 ‘윗선’을 캘 많은 증거들이 있는데도 관련 수사를 사실상 하지 않았다. 검찰은 청와대 출입기록을 확인한 결과, 사찰의 핵심인 이인규(54·수감중) 전 지원관이 청와대를 수십차례 방문했고, 2009년 3월 이 전 비서관을 두차례, 또 올해 6월까지 최 행정관을 일곱차례 청와대에서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을 8월6일 소환해 단 6시간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지원관실의 누구도 이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검찰 수사가 이렇게 부실한 것은 수사 책임자인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과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불법사찰을 주도한 지원관실이 영일·포항 출신 공직자들로 구성돼 정권의 별동대처럼 움직이며 정적들을 불법사찰했기 때문에 그 파장을 우려한 검찰과 청와대가 수사 확대를 막았다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쥐식빵 제보자 “약간 타격만 주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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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관실 증거인멸 끝난뒤에야 압수수색 ■ ‘늑장 압수수색’…첫단추부터 부실 수사는 첫단추부터 잘못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은 지난 7월5일 총리실의 수사의뢰를 받은 뒤 나흘이 지난 9일에야 지원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지원관실은 그사이에 대포폰을 써가며 ‘디가우서’라는 전문 장비까지 동원해 활동 기록이 담긴 컴퓨터 파일을 영구삭제했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 근거를 수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늑장 압수수색은 수사의 기초도 모르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귀남 장관은 10월21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공무원이 설마 증거를 인멸하겠냐’는 생각에서 압수수색이 늦어졌는데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이라며 안이한 대응을 인정했다. 장관이 보기에도 압수수색이 늦은 것은 문제였다는 것이다. 행정관 ‘호텔 진술조서’ 제출조차 안해
■ 청와대 행정관에게도 벌벌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검찰은 나중에도 실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검찰은 지원관실의 장아무개(37·불구속 기소) 주무관이 증거인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아무개 행정관에게 대포폰을 건네받아 사용한 사실을 통화기록 조회를 통해 확인했다. 배후로 지목돼온 고용노사비서관실이 증거인멸 등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포착한 나름의 성과였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사까지 대동한 최 행정관을 검찰 청사가 아닌,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사했다. 검사가 행정관을 조사하러 ‘출장’까지 나간 것이다. 최 행정관이 상사인 이영호(46)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도 전례없는 저자세를 보인 셈이다. 검찰은 한술 더 떠 최 행정관의 진술조서를 법원에 제출하지도 않았다. 진술조서 대신 수사보고서를 제출한 검찰은 이 보고서에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 행정관’을 단순히 ‘최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신분을 가린 것이다. 검찰의 이런 태도 때문에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청와대’라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포폰의 존재 자체를 검찰이 오히려 감추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영포라인’ 윗선 의혹 쏟아져도 미적대기만 ■ ‘영포회’ 봐주기? 행정관 한 사람에게 쩔쩔매던 검찰은 ‘윗선’을 캘 많은 증거들이 있는데도 관련 수사를 사실상 하지 않았다. 검찰은 청와대 출입기록을 확인한 결과, 사찰의 핵심인 이인규(54·수감중) 전 지원관이 청와대를 수십차례 방문했고, 2009년 3월 이 전 비서관을 두차례, 또 올해 6월까지 최 행정관을 일곱차례 청와대에서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을 8월6일 소환해 단 6시간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지원관실의 누구도 이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검찰 수사가 이렇게 부실한 것은 수사 책임자인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과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불법사찰을 주도한 지원관실이 영일·포항 출신 공직자들로 구성돼 정권의 별동대처럼 움직이며 정적들을 불법사찰했기 때문에 그 파장을 우려한 검찰과 청와대가 수사 확대를 막았다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쥐식빵 제보자 “약간 타격만 주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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