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평화생명동산’ 황호섭씨
인제군 서화리에 도서관 여는 ‘DMZ평화생명동산’ 황호섭씨
주민이 책 모으고 책장 만들어
늦어도 이달말까지 개관 목표
“아이들 위한 책 기증해주세요” 강원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는 ‘최전방 마을’이다. 차로 5분이면 민간인 통제구역에 가닿고,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도 불과 15km 남짓 거리다. 서화리 사람들은 비무장지대(DMZ)를 머리에 이고 산다고들 한다. 2010년 한해 서화리에선 불안의 그림자가 짙기만 했다. 천안함 사건에 연평도 포격까지 겪었던 터다. 신묘년 정월, 그 마을에 ‘평화’ 두 글자를 이름에 담은 도서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서화평화도서관’ 개관 준비에 분주한 황호섭(40·사진)씨는 “도서관 개관과 함께 새해엔 온 마을에 평화의 기운이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7년 환경운동에 뛰어든 황씨가 비무장지대와 인연을 맺은 건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시절 생태조사 과정에서 그가 만난 비무장지대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을 보듬은 채 경이로운 자연의 생명력은 야생의 축제를 펼치고 있었다. 그가 대안연구소 생태지평을 거쳐 2009년 7월 ‘한국디엠제트(DMZ)평화생명동산’ 사무 부국장을 맡아 기꺼이 오지로 들어온 것도, 10년 세월 인연을 이어온 비무장지대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는 “분단된 남과 북이 대결을 지속하는 한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일 수밖에 없지만, 미래의 비무장지대는 평화와 생명이 넘쳐나는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0여 가구, 300명 남짓의 주민이 사는 서화리 주변에는 초등학교가 2개 있다. 서성초교에 23명, 서화초교에 180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마을은 작지만 군부대가 많은 서화리에선 여느 산촌마을과 달리 아이들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마을 주민들이 도서관 건립에 발을 벗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황씨는 “도서관을 짓자는 얘기는 지난해 초부터 나왔지만, 본격적인 준비는 추석 무렵부터”라며 “산골마을의 어려운 형편에도 짧은 기간 동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1천여만원이나 모았고, 기증받은 책도 벌써 1500권이나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용은 물론 자연생태 관련 책도 환영한다. 도서관은 늦어도 이달 하순까지는 문을 열 계획이다. 그때까지 책도 더 구해야 하고, 컴퓨터 등 사무용품도 장만을 해야 한다. 도서관 운영 경험이 없으니, 체계를 잡아줄 전문가의 조언도 받았으면 좋겠다. 워낙 오지여서 쉽지 않은 일일 텐데, 황씨의 목소리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나무를 구해다 집기며 책장을 손수 만드는 등 동네분들이 워낙 열심이셔서, 그저 남는 손이나 보태고 있다”며 “당장은 20평 남짓으로 넓지는 않지만, 방과후 아이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맘껏 뛰놀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즐거운 공간으로 꾸며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033)463-5155. 춘천/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늦어도 이달말까지 개관 목표
“아이들 위한 책 기증해주세요” 강원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는 ‘최전방 마을’이다. 차로 5분이면 민간인 통제구역에 가닿고,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도 불과 15km 남짓 거리다. 서화리 사람들은 비무장지대(DMZ)를 머리에 이고 산다고들 한다. 2010년 한해 서화리에선 불안의 그림자가 짙기만 했다. 천안함 사건에 연평도 포격까지 겪었던 터다. 신묘년 정월, 그 마을에 ‘평화’ 두 글자를 이름에 담은 도서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서화평화도서관’ 개관 준비에 분주한 황호섭(40·사진)씨는 “도서관 개관과 함께 새해엔 온 마을에 평화의 기운이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7년 환경운동에 뛰어든 황씨가 비무장지대와 인연을 맺은 건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시절 생태조사 과정에서 그가 만난 비무장지대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을 보듬은 채 경이로운 자연의 생명력은 야생의 축제를 펼치고 있었다. 그가 대안연구소 생태지평을 거쳐 2009년 7월 ‘한국디엠제트(DMZ)평화생명동산’ 사무 부국장을 맡아 기꺼이 오지로 들어온 것도, 10년 세월 인연을 이어온 비무장지대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는 “분단된 남과 북이 대결을 지속하는 한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일 수밖에 없지만, 미래의 비무장지대는 평화와 생명이 넘쳐나는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0여 가구, 300명 남짓의 주민이 사는 서화리 주변에는 초등학교가 2개 있다. 서성초교에 23명, 서화초교에 180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마을은 작지만 군부대가 많은 서화리에선 여느 산촌마을과 달리 아이들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마을 주민들이 도서관 건립에 발을 벗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황씨는 “도서관을 짓자는 얘기는 지난해 초부터 나왔지만, 본격적인 준비는 추석 무렵부터”라며 “산골마을의 어려운 형편에도 짧은 기간 동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1천여만원이나 모았고, 기증받은 책도 벌써 1500권이나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용은 물론 자연생태 관련 책도 환영한다. 도서관은 늦어도 이달 하순까지는 문을 열 계획이다. 그때까지 책도 더 구해야 하고, 컴퓨터 등 사무용품도 장만을 해야 한다. 도서관 운영 경험이 없으니, 체계를 잡아줄 전문가의 조언도 받았으면 좋겠다. 워낙 오지여서 쉽지 않은 일일 텐데, 황씨의 목소리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나무를 구해다 집기며 책장을 손수 만드는 등 동네분들이 워낙 열심이셔서, 그저 남는 손이나 보태고 있다”며 “당장은 20평 남짓으로 넓지는 않지만, 방과후 아이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맘껏 뛰놀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즐거운 공간으로 꾸며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033)463-5155. 춘천/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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