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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때리고 알몸 사진찍고 끓인 물 끼얹고 알바 앵벌이까지

등록 2011-01-10 08:37수정 2011-01-10 16:53

학교폭력
학교폭력
경복고 역도부 ‘잔혹극’
2학년이 1학년 상습폭행
피해학생 신고 10명 입건
“중학교 때 경복고 축제를 보러 갔는데, 역도부 보디빌딩이 멋졌어요. 그래서 경복고 가면 꼭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경복고 1학년 박민철(17·가명)군 등 7명은 지난해 9월 교내 역도 동아리에 가입했다. 하지만 ‘축제 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박군의 소박한 꿈은 곧바로 악몽이 됐다.

가입한 지 얼마 뒤부터 2학년 선배 10명이 1학년들을 학교 밖으로 불러내기 시작했다. ‘인사를 잘 안 한다’,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 등 동아리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단체기합을 줬다. 학교 안에서도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수시로 폭행을 했다. 머리박기로 시작된 기합은 1학년 얼굴에 낙서를 한 뒤 경복궁역 걸어 다니게 하기, 하키채로 허벅지 때리기, 목검으로 엉덩이 때리기 등으로 점점 심해졌다. 선배들은 심지어 팬티까지 모두 벗기고 사진을 찍거나, 끓인 물을 가슴에 끼얹는 등 가학적인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동아리 점퍼를 맞춘다며 후배들에게 웨딩홀 서빙 아르바이트까지 강제로 시켰다.

이런 폭력을 견디다 못한 1학년생들은 부모와 학교에 말하는 대신 지난해 11월 경찰에 직접 신고를 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장아무개(18)군 등 역도부 2학년 10명을 폭력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한 뒤 지난 7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된 뒤 동아리에서 폭력은 사라졌지만, 1학년 김재영(17·가명)군은 “지금도 누가 뒤에서 툭툭 치면 깜짝 놀라고, 이름을 부르면 놀라서 달려간다”고 호소했다. 특히 피해 학생 가운데 민동수(17·가명)군은 폐에 구멍이 뚫리고 피가 차 지난 7일 병원에 입원했다. 민군은 지난해 11월 주먹으로 가슴을 여러 차례 맞은 뒤부터 친구들에게 “숨 쉴 때 힘들고 가슴을 꾹꾹 찌르는 느낌이 든다”고 말해왔다. 민군은 “(동아리를) 탈퇴하고 싶었는데 선배들이 ‘탈퇴하려면 기수 숫자만큼 88대를 맞아야 한다’고 해서 그러지도 못했다”며 “선배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처벌을 받아 학교에서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폭력이 두달 넘게 지속됐는데도 정작 학교 쪽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역도부는 2009년에도 1학년들에 대한 선배들의 괴롭힘이 문제가 돼 동아리 활동이 정지됐지만, 학생들은 지도교사 없이 동아리를 유지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2학년생들은 당시 선배들한테 폭행 피해를 입었던 학생들이었다.

이에 대해 경복고 관계자는 “이번 폭력과 관련해 지난 2학기 때 한 차례 조사를 했으나 피해 학생들이 쉬쉬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볼지,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열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는 지난 8일 “활동이 정지된 동아리에 가입했으니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피해 학생들을 불러 진술서를 쓰게 했다.
김민경 박보미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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