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만들자 용역업체서 “정년 지나 계약해지” 압박
오아무개(68)씨는 1985년 들어선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한국언론회관)에서 25년째 일해온 청소노동자다. <서울신문>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나눠 소유하고 있는 이 건물의 근무환경은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고용한 ㅂ용역업체가 지난해 초 동료 5명을 해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때 2023m² 넓이의 1개 층을 2~3명이 청소했지만, 동료들이 줄줄이 잘려 나가면서 1명이 1.5개 층을 맡을 만큼 노동강도가 세졌다. 인력이 줄었는데도 주 6일 근무(평일 7시간·토요일 5시간)와 ‘법정 최저임금’은 그대로였다.
새벽 4시30분께 출근길에 나서 오후 4시에 끝나지만, 4대 보험을 떼면 월급은 80만원 수준이다.
용역업체가 지난여름 다시 6명을 추가로 해고하려 했고, 오씨는 동료 13명과 함께 지난해 10월 공공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산하 ‘프레스센터지회’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조를 만든 뒤 하루 8시간·주 5일제 근무, 연장·야간·휴일 근로 시 수당 지급 등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노조가 생긴 뒤 상황이 더 악화됐다. 오는 31일 건물 소유주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용역업체는 노조 결성을 주도한 오씨 등에게 ‘65살 정년’을 근거로 압박했다. 오씨 등은 이미 정년을 넘겨 근무를 해온 터였다. 결국 이들은 지난 6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인물’을 만들어 “왜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해고 위기를 맞아야 하는 건가요”라며 건물을 찾는 이들에게 호소했다.
이에 대해 ㅂ용역업체 관계자는 “건물 소유주와 협의를 하고 있지만, 노조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줬다가 우리가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더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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