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학생회관 안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쉰 뒤 오후 일에 나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노조 설립 도운 덕성여대
총장 적극 협조…학생들 지지
노동환경 좋아지고 월급 올라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해고 걱정 안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노동조합이 있고 없고가 천지차이네요.” 홍익대 등 여러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덕성여대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이아무개(46)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강의실 책상을 옮기느라 바쁘게 몸을 움직이면서 “노조가 생긴 뒤엔 하고 싶은 말도 하고, 토요일에 쉬면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48명은 다른 대학의 노동자들처럼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2007년 10월 노조가 생긴 뒤부터는 노동환경과 처우가 꾸준히 개선됐다. 노조를 만들기 전에 73만원이던 월급은 현재 105만원으로 올랐다. 수당 없이 토요일에 일하던 관행도 사라졌다. 용역업체 관리자의 인격모독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학교 정문 100m 거리의 버스정류장 쓰레기까지 치우라’는 식의 부당한 지시도 듣지 않게 됐다. ‘피난촌’ 같았다던 쉼터에 냉난방이 들어오고 개인사물함이 들어왔다. 이씨는 “무엇보다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해도 해고될 걱정을 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이 대학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정아무개(54)씨는 “노조가 생긴 뒤엔 몸이 아파도 3개월 동안은 대체인력을 뽑을 수 없게 됐다. 얼마나 다행이냐”고 거들었다. 고용불안에서 벗어난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노조가 생긴 뒤에는 청소를 하는 분들이 노조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더 책임감 있게 일을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원순(55) 공공서비스노조 덕성여대 분회장은 “노조 설립 때 총장님이 노조와 대화하려고 애써주셨고 학생들도 많이 지지해줘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규직으로 고용한 삼육대
다른 교직원들과 비슷한 복지
업무량 많지만 주인의식 생겨 드문 경우지만,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학교 구성원으로 끌어안는 대학도 있다. 삼육대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은 없지만 29명 가운데 21명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계약직 8명 가운데 3명도 60살 정년을 채우고 다시 학교에 취직한 경우다. 종교재단이 세운 이 대학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만 채용하지만, 청소노동자부터 버스운전사까지 정규직으로 뽑아 학교 구성원 사이의 차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년 넘게 근무한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고, 10년차 노동자가 150만~2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교직원들과 비슷한 복지혜택도 누린다. 청소노동자들이 자연스레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 대학에서 10년 동안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50)씨는 “정규직으로 일하는 대신 한 명이 맡은 업무량은 다소 많은 편”이라면서도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니 모두들 만족하고 있고, 이곳에서 정년퇴직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가 대걸레의 물을 짜며 덧붙였다. “내가 맡은 건물이니까, 학생과 교수님들이 그 어느 곳보다 가장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거죠.” 이승준 김지훈 기자 gamja@hani.co.kr
총장 적극 협조…학생들 지지
노동환경 좋아지고 월급 올라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해고 걱정 안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노동조합이 있고 없고가 천지차이네요.” 홍익대 등 여러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덕성여대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이아무개(46)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강의실 책상을 옮기느라 바쁘게 몸을 움직이면서 “노조가 생긴 뒤엔 하고 싶은 말도 하고, 토요일에 쉬면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48명은 다른 대학의 노동자들처럼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2007년 10월 노조가 생긴 뒤부터는 노동환경과 처우가 꾸준히 개선됐다. 노조를 만들기 전에 73만원이던 월급은 현재 105만원으로 올랐다. 수당 없이 토요일에 일하던 관행도 사라졌다. 용역업체 관리자의 인격모독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학교 정문 100m 거리의 버스정류장 쓰레기까지 치우라’는 식의 부당한 지시도 듣지 않게 됐다. ‘피난촌’ 같았다던 쉼터에 냉난방이 들어오고 개인사물함이 들어왔다. 이씨는 “무엇보다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해도 해고될 걱정을 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이 대학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정아무개(54)씨는 “노조가 생긴 뒤엔 몸이 아파도 3개월 동안은 대체인력을 뽑을 수 없게 됐다. 얼마나 다행이냐”고 거들었다. 고용불안에서 벗어난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노조가 생긴 뒤에는 청소를 하는 분들이 노조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더 책임감 있게 일을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원순(55) 공공서비스노조 덕성여대 분회장은 “노조 설립 때 총장님이 노조와 대화하려고 애써주셨고 학생들도 많이 지지해줘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규직으로 고용한 삼육대
다른 교직원들과 비슷한 복지
업무량 많지만 주인의식 생겨 드문 경우지만,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학교 구성원으로 끌어안는 대학도 있다. 삼육대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은 없지만 29명 가운데 21명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계약직 8명 가운데 3명도 60살 정년을 채우고 다시 학교에 취직한 경우다. 종교재단이 세운 이 대학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만 채용하지만, 청소노동자부터 버스운전사까지 정규직으로 뽑아 학교 구성원 사이의 차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년 넘게 근무한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고, 10년차 노동자가 150만~2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교직원들과 비슷한 복지혜택도 누린다. 청소노동자들이 자연스레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 대학에서 10년 동안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50)씨는 “정규직으로 일하는 대신 한 명이 맡은 업무량은 다소 많은 편”이라면서도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니 모두들 만족하고 있고, 이곳에서 정년퇴직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가 대걸레의 물을 짜며 덧붙였다. “내가 맡은 건물이니까, 학생과 교수님들이 그 어느 곳보다 가장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거죠.” 이승준 김지훈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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