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사건 배상이자 대폭 깎아
수십년 고통 피해자 몫으로
대법 “위자료 높이라는 취지”
수십년 고통 피해자 몫으로
대법 “위자료 높이라는 취지”
“(배상액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대법원 관계자) “배상액 부담에 대한 걱정은 국가가 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오히려 (국가폭력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있다.”(변호인)
수십년 전 국가가 저지른 용공·조작 사건 피해자들에게 줄 손해배상액을 대폭 깎은 대법원 판결(<한겨레> 14일치 11면)을 두고, 14일 법조계 안팎에선 시민의 목숨까지 앗아간 국가범죄를 ‘돈계산’ 문제로만 접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 사건은 고문 등의 불법행위를 사실상 묵인한 사법부의 잘못도 함께 ‘배상’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젊은 시절 삶이 유린되거나 길게는 반세기 가까이 간첩 누명 등을 쓰고 살아온 피해자들의 고통을 ‘판결문 몇 줄’로 간단히 ‘깎아버렸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용공 누명을 쓰고 1961년 사형당한 조용수 전 <민족일보> 사장의 유족들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애초 99억여원(위자료 29억원, 이자 70억원)이던 손해배상액을 29억여원으로 크게 깎아 확정했다. ‘위자료 29억원’이 정해진 시점은 손해배상 사건 2심 변론이 끝난 2010년인데, 위자료 지급이 늦어진 데 따른 이자를 국가의 불법행위가 발생한 1961년부터 계산해 원금보다 두 배 이상 주는 것은 50여년 동안 오른 물가와 국민소득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많다”고 보았다.
불법행위를 보상하는 위자료 계산이 물가에 큰 차이가 없는 ‘단시간’에 가능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수십년이 지나 뒤늦게 이뤄지면서 ‘예외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결국 피해자들이 국가의 잘못을 따질 수 없었던 암울한 시기를, 그들이 그냥 감수해야 할 ‘예외적 손해’ 기간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에 대해 1980년대 용공조작 사건인 ‘아람회 사건’ 소송을 대리한 황정화 변호사는 “대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액이 물가를 고려할 때 많다고 하는데, 피해자들이 받아온 고통을 (돈으로) 환산하면 결코 그보다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다른 사건의 변호인도 “(대법원 판결에서) 이자를 항소심 변론종결일부터 계산한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분개할 만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의 한 간부는 “대법관들의 심리 과정도 난산이었다고 들었다”며 “이번 판결은 배상이 지연된 점과 불법행위의 정도, 피해자들의 고통 정도, 유사사건 재발 억제, 이자가 크게 깎이는 점 등을 감안해 원금 자체를 높이는 쪽으로 선고를 하라는 취지다. 아직 하급심에 있는 과거사 손해배상 사건들의 배상액은 다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송경화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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