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의씨 “삼성과 싸움 밑천 삼아 약자 돕는 변호사 될 것”
2005년 부서장의 성희롱 사실을 회사에 알렸다가 오히려 대기발령 등의 불이익을 당해 법정 싸움까지 벌였던 삼성전기 이은의(36·사진)씨가 최근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합격했다.
이씨는 “힘들더라도 회사 안에서 싸우겠다”며 재판이 끝날 때까지 퇴사를 하지 않다가, 지난해 4월 삼성전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10월 말에 퇴직했다. 지금은 3월 로스쿨 입학을 준비중이다.
이씨의 투쟁은 200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유럽 출장을 함께 간 부서장 박아무개씨가 그의 엉덩이를 치며 “상사를 잘 모시라”고 했다. 이씨는 회사 인사팀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인사팀은 “부서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이씨를 대기발령 조처했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삼성전기에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했지만, 회사는 이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맞섰다. 이씨는 14일 “오랜 소송 과정에서 ‘만년 대리’로 인사상의 불이익과 함께 부서에서 따돌림 등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1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황현찬)는 “삼성전기는 전 부서장과 함께 250만원, 또 별도로 37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박씨의 성적 표현행위로 인해 (이씨의) 인격권이 침해되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며 “그런데도 삼성전기가 오히려 이씨에게 불이익한 조처까지 취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퇴사 당시 인사팀에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더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그의 행보는 자유롭다. 이씨는 3월 자신의 싸움을 기록한 책을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씨는 “퇴사 소식을 알고 얼굴도 모르는 수백명의 삼성 직원들이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격려와 지지의 뜻을 보내왔다”며 “삼성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며 나처럼 외롭고 힘들게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돕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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