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감염 의심 증세를 보여 살처분을 하던 사슴농장에서 엘크사슴 2마리가 살처분을 피해 농장 밖으로 달아나 주변 일대에 구제역이 확산될 우려가 일고 있다. 경기 고양시 공무원과 경찰 등 100여명이 종일 야산을 헤집고 다니는 소동을 빚었으나 1마리를 끝내 찾지 못했다.
지난 18일 오후 6시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한 사슴농장에서 사육중인 사슴 67마리 가운데 2마리가 침 흘림 등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여 살처분을 하던 도중, 몸무게 450㎏가량인 엘크사슴(시가 230만원가량) 2마리와 꽃사슴(100만원가량) 1마리가 2m 높이의 농장 울타리를 뛰어넘어 탈출했다.
고양시 방역 당국은 경찰 40여명, 엽사 5명 등과 함께 수색에 나섰으나 날이 어두워 오후 8시께 철수한 뒤, 19일 오전 7시부터 공무원 33명과 경찰 50명, 소방관 5명, 엽사 5명 등 83명으로 긴급 포획단을 꾸려 인근 야산을 샅샅이 뒤졌다.
수색에 나선 지 1시간 만인 오전 8시10께 포획단은 농장에서 50m 떨어진 야산에서 탈출한 꽃사슴 1마리를 발견해 사살하고, 한 시간 뒤 탈출한 엘크사슴 1마리를 발견해 사살에 성공했다.
다른 엘크사슴을 잡으려고 오후 3시께 공무원과 경찰 23명을 추가로 투입해 106명이 포획작전을 폈으나 결국 실패했다.
오전 수색하는 동안 농장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 꽃사슴 2마리가 눈에 띄어 엽총 방아쇠를 당겼다. 1마리는 명중시켰으나, 다른 1마리는 빗맞아 총상을 입은 채 달아났다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고양나들목 인근 도로에서 승합차에 부딪혀 숨진 채 발견됐다.
애초 살처분 대상인 엘크사슴 2마리와 꽃사슴 1마리만이 포획 대상이었으나, 꽃사슴 2마리가 야산에서 추가로 발견되자 방역 당국은 한때 ‘거짓 보고’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 관계자는 “뜻밖에 꽃사슴이 추가 발견돼 수색 작업이 혼선을 빚었다”며 “주변에 축산농가는 없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사살했다”고 말했다.
사슴농장 주인 진아무개씨는 “눈이 내리면 인근 야산에서 사슴 발자국이 많이 발견됐다”며 “숨진 야생 꽃사슴 2마리는 지난해 여름 인근 사슴농장이 이주하면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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