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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 사람]‘생사의 5분’ 심폐소생술로 생명 구했지요

등록 2011-01-21 20:48

지난 10일 서울지하철 9호선 역무원들(왼쪽부터 고석환·조민철·김문수·허판회·민동일씨)이 박원(왼쪽에서 네번째 환자복 입은 이)씨의 병실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했다.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 제공
지난 10일 서울지하철 9호선 역무원들(왼쪽부터 고석환·조민철·김문수·허판회·민동일씨)이 박원(왼쪽에서 네번째 환자복 입은 이)씨의 병실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했다.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 제공
부정맥으로 쓰러진 승객
30초만에 출동·응급처치
10분만에 구급대 도착
뇌손상 없이 의식 회복

지난 12월22일 밤 9시40분께 친구와 함께 서울지하철 9호선을 타고 가던 박원(20·성균관대1)씨가 열차 안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평소 심장이 빨리 뛰어 현기증이나 심장마비 등이 올 수 있는 부정맥을 앓고 있던 그는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긴급하게 동작역 승강장으로 옮겨졌다.

그 시각, 서울 동작역 안전관리실에서 근무하던 고객안전원 허판회(28)씨는 승강장을 비추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보다 열차에서 끌려나오는 박씨를 발견했다. 허씨는 곁에 있던 고객안전원 김문수(29)·고석환(25)씨와 함께 현장으로 즉시 출동했다. 이들이 개찰구를 뛰어넘고 에스컬레이터를 달려 내려가 한층 아래 있던 승강장에 30초만에 도착했을 때 박씨의 호흡과 맥박은 이미 모두 멈춰 있었다.

이들은 먼저 환자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셔츠의 단추와 벨트, 신발끈 등을 풀었다. 관제센터에 연락해 119 구조대를 부르느라 몇초 늦게 도착한 김씨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심폐소생술이 즉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환자의 동공이 풀려 있었고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얼굴이 검붉은 포도주색으로 변해 있었다”며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물어 음식물에 기도가 막힌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는 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마침 김씨는 바로 전달에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제일 생각 많이 났던게 11월에 교육 받을 때 본 임수혁 선수의 사례였어요. ‘황금의 5분’이라고 불리는 시간 안에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뇌사 상태에 빠지지 않고 선수생활을 계속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고요.”

김씨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사이 허씨와 주변 승객이 박씨의 팔다리를 주무르며 혈액순환을 도왔고, 또다른 시민은 박씨의 목에 주먹을 넣어 기도가 열려 있도록 유지시켰다. 10분 뒤 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박씨는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지하철 9호선 동작·노량진·노들·흑석역을 책임지는 민동일(34) 그룹장과 김씨는 응급실까지 동행했다.

박씨의 어머니 정용숙(46)씨는 “내가 그룹장님의 연락을 받고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호흡이 돌아온 상태였지만 의식 회복을 장담할 수 없었고 뇌 손상도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닷새 뒤 박씨는 기적적으로 뇌손상이 없는 상태로 의식을 회복했다. 정씨는 “담당 의사가 초기 응급조치를 아주 잘 했다고 말씀하셨다”며 “아들의 생명을 살려주신 역무원 분들께 어떤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장박동기를 다는 수술을 한 뒤 건강을 되찾은 박씨는 “저같은 환자가 뇌사에 빠지거나 사망하지 않고 온전히 되돌아오는 사례가 0.06%에 불과하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며 “9호선 역무원분들처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송채경화·김지훈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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