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사진 속 소설가 박완서는 따뜻하게 웃고있었다. 22일 오전 6시17분 담낭암 투병 중 별세한 박완서 작가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과 고인의 문학을 기리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 2시께 빈소를 찾은 소설가 박범신(64)씨는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갑작스게 별세하셨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선생은 영정사진의 온화한 미소처럼 따뜻한 인간주의가 넘쳤던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단편을 집필하실 정도로 현역 정신이 투철하셨다”며 “나이나 권위에 기대지 않는 투철한 작가정신은 모든 문인들에게 귀감이 됐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젊은 작가들도 모여 문학계 원로의 죽음을 애도했다. 은희경, 윤대녕, 이병률, 김연수, 윤성희, 하성란, 이승우, 편혜영, 김애란, 김중혁 등 빈소를 찾은 작가들은 한 쪽 테이블에 모여앉아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다. 김연수(40) 작가는 “박완서 선생은 후배 문인들에게 나무같은 분”이라며 “기댈 수 있는 나무가 없어진 어린 아이같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가수 김창완(57)씨는 “한달 전쯤 고인을 만났을때 몸이 안좋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며 “그래도 선생님이 많은 것을 남겨주셨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이해인 수녀, 조광호 신부, 정이현 작가, 김승옥 작가, 유종호 평론가, 권인숙 명지대 교수 등 조문객이 이어졌다.
고인의 빈소 입구에는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고인의 사위인 권오정(53)씨는 “장모님이 평소 문인들이 돈이 없다며 ‘내가 죽거든 찾아오는 문인들을 잘 대접하고 절대로 부의금을 받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 발인은 25일 오전이다. 장지는 용인 천주교 묘지. ☎02-3410-6916.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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