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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기통신법 대체입법 강행 “피해 우려만으로 처벌하나”

등록 2011-01-23 20:27수정 2011-01-24 08:35

전기통신법 대체입법 강행 “피해 우려만으로 처벌하나”
전기통신법 대체입법 강행 “피해 우려만으로 처벌하나”
법무부 이달 안 입법예고…학계·시민단체 위헌 논란 가열
서울 유명 사립대 경영학부에 다니고 있는 김아무개(21)씨는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소식을 듣고 “연평도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남성분들은 속히 집으로 복귀하여 자대배치 명령을 기다리시오”라는 문자를 학과 동기 4명에게 보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기 얼마 전, 카투사에 지원한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거짓 합격 문자를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별생각 없이 친구한테 보낸 장난 문자 때문에 인생에 흠집이 날까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 통신’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사람은 모두 42명(정식 기소 35명, 약식 기소 7명)이다. 이들에 대한 기소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가 정책을 비판하거나 연평도 사건 등 안보 위기 상황에 거짓말을 퍼뜨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를 두고 검찰이 ‘견문발검’(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으로, 사소한 일에 크게 성내어 덤빔을 이르는 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비판 여론 옥죄기 논란이 일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3)씨는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 통신’ 조항으로 구속까지 됐고,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쥐코’ 동영상을 올렸던 김종익(57)씨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불법사찰한 뒤 경찰에 수사의뢰한 근거도 이 조항이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해 12월28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무부는 ‘처벌 공백을 막겠다’며 대체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 취지를 존중해 처벌 범위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전쟁과 테러 위험 등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그 위험성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경우만을 처벌하도록 명문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형법 개정안에 이런 내용을 담아 이달 안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무부의 조심스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대체입법안의 위헌 논란이 가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어떤 표현 행위를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의 가치관과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헌재는 이강국 소장 등이 참여한 보충의견에서 “헌법 21조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대상에는 ‘허위의 사실’도 포함한다”며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되며, 시민사회의 자기교정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법무부의 대체입법 움직임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지어 아프리카에 있는 짐바브웨에서도 허위사실 유포죄는 위헌 판정이 난 지 오래”라며 “피해 발생에 대한 막연한 우려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더 따져볼 필요도 없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처벌까지 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형벌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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