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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짜고친 화투판, 도박죄 처벌 못해

등록 2011-01-23 21:19수정 2011-01-24 08:42

짜고친 화투판, 도박죄 처벌 못해 kimyh@hani.co.kr
짜고친 화투판, 도박죄 처벌 못해 kimyh@hani.co.kr
대법 “도박의 우연성 결여돼 사기죄만 성립”
#1. 마음먹은 대로 화투패를 돌릴 수 있는 ‘타짜’ 박아무개(59)씨와 문아무개씨. 괜찮은 땅을 소유한 윤아무개씨를 도박판에 유인한 ‘설계자’ 이아무개씨. 윤씨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노릇을 한 ‘꽁지’ 김아무개씨. 결국 윤씨는 이들로부터 빌린 도박자금 4000만원을 순식간에 잃었다. 하지만 박씨 등은 도박죄는 빠진 채 사기죄로만 기소됐고, 지난 4일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박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 도박을 하다 수백만원을 잃은 김아무개(38)씨는 임아무개(43)씨 등과 짜고 모텔방 천장 화재감지기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신아무개씨 등 3명을 도박판에 끌어들였다. 또 다른 모텔방에는 신씨 쪽 화투패를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됐고, 김씨는 팬티 속에 ‘모니터팀’의 ‘훈수’를 들을 수 있는 수신기를 숨겼다. 처음 40여분 동안 돈을 잃어주던 김씨는 형광물질로 특수표시를 한 화투로 바꿔치기를 한 다음 신씨 등에게서 내리 730여만원을 우려냈다. 김씨는 사기 및 도박 혐의로 기소됐고, 1·2심은 김씨에게 사기와 도박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4월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사기도박꾼들의 세계를 다룬 영화 <타짜>를 보면, ‘구라(사기)’로 도박을 하다 들킬 경우 손목 하나는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형법은 타짜가 낀 도박판은 도박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김씨에게 도박죄까지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도박은 우연한 승패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인데, 사기도박처럼 한쪽이 승패의 수를 지배하는 경우에는 도박의 우연성이 결여되어 있어 사기죄만 성립한다’는 판례를 들어 “김씨는 몰래 설치한 카메라와 모니터를 이용해 도박의 승패를 지배했다. 따라서 사기죄만 성립하고 도박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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