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고문영입’ 엇갈린 평가
“밖에 있을 때는 좋지 않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처음에는 오기 싫었다. 그런데 와보니 일이 생각보다 매우 합리적으로 돌아간다. 또 새벽 3~4시에도 검토보고서가 전자메일로 들어온다. 정말 열심히 일하더라… 와서 보니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한 고위 법조인의 ‘자기 직장’ 평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법무법인 바른’이 변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구성원 변호사들이 요직에 발탁되는 등 ‘세’를 키우고 있지만, 송무·자문 등에서 ‘독보적 1등’은 여전히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사건이 들어오면 팀장이 정해지고, 팀장이 능력있는 팀원을 선발해 팀을 꾸리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된다고 한다.
형사사건은 법무부 장관 출신인 최경원 변호사와 검찰 출신인 윤동민 변호사 등이 팀장 선정 등 사건 배분을 맡는데, 담당 수사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과 ‘대화’가 되는 사람들을 두루 포진시킨다고 한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25일 “과거에 수사를 하는데 김앤장 쪽에서 자료만 4만쪽을 냈다. (핵심보다는) 기록의 바다에 파묻히게 하려는 의도가 보였다”고 말했다.
10대 로펌의 한 변호사는 “김앤장은 단순히 법률 서비스가 아니라 종합 서비스를 한다고 기업들에 어필하는데 이게 먹힌다. 언론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식인데 경쟁하기에 힘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최근에는 이른바 전관예우 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관예우만 기대하고 고액으로 고위 판검사들을 영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변호사 가운데 고위직 전관 비율은 다른 로펌들보다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앤장 쪽은 ‘고문’이나 ‘고문급 변호사’의 구실에 대해서도 ‘전화 한 통화’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경력과 전문성 등에 따라 역할 분담은 달라질 수 있지만 놀면서 고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고문들의 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해 8월 낙마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지경부 퇴직 뒤 김앤장 고문 직함을 달고 15개월 동안 4억9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그는 김앤장이 수임한 정유업체의 과징금 소송 자문을 맡았는데, 에너지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자원부 2차관을 지낸 터라 구설에 올랐고 결국 낙마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률전문가들이 비법률가들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결국 사건을 물어오거나 해결하는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앤장의 명성엔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10대 로펌의 다른 변호사는 “다른 로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김앤장에 맡기려는 경향이 있다. 송사에서 져도 윗사람에게 ‘김앤장한테 맡겼는데도 졌다’는 식으로 면피가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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