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서 정부 정책만 일방 옹호
“제출 전에 시민사회 의견 반영”
“제출 전에 시민사회 의견 반영”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한 건 표현의 자유의 신장,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공익에 위반한 집단행위….”
우리 정부가 유엔에 제출할 ‘시민적·정치적 권리 국제규약 이행에 관한 보고서’ 초안을 통해 사회적 쟁점에 대해 편향적인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정부는 유엔의 지침대로 보고서 제출 전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협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거대 신문의 방송 사업 진출을 허용한 언론 정책을 ‘표현의 자유’ 증진 사례로 꼽았다. 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 사건이 진행중인 인터넷 본인확인제에 대해 “악성댓글 방지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 분야에선 촛불시위와 용산참사의 불법·폭력성만 부각했으며, ‘결사의 자유’ 부문에서는 “복수노조 허용으로 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했으며 타임오프제로 노조 운영의 자주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긍정 평가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나 우려의 목소리는 담지 않은 셈이다.
법무부는 최근 보고서 초안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등 시민사회단체에 보내 의견 회신을 요청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초안 수준이기 때문에 의견이 다른 부분은 잘못됐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취합한 뒤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24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가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도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도 수사기관의 감청 건수가 늘고 있어 통신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으며, ‘피디수첩’ 사건에 대해 법원의 무죄 판단 이유 등도 언급돼야 한다는 의견 등을 준비하고 있다. 민변의 이동화 간사는 “정부가 보고서를 다 써놓고 의견을 청취하는 듯 보여서 같이 모여 논의해보자는 뜻에서 법무부에 워크숍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