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은 짧게 구어체로 써라”
법원도서관, 모범사례집 내
법원도서관, 모범사례집 내
‘뒷바퀴에 머리를 역과당하여’, ‘~에 기하여 경료된’, ‘소멸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라고 봄이 상당하다’.
많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판결문을 받아 본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표현이나 문장들은 여전히 많다. 앞서 예로 든 표현들은 순서대로 ‘뒷바퀴에 머리를 치여’, ‘~에 근거해 절차를 마친’,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 ‘~라고 본다’로 바꿔써도 의미가 통한다. ‘경료’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말이지만 판사들이 즐겨 쓰는 표현의 하나다. 나머지 표현들도 문장을 쓸데없이 길게 늘이거나, 법원의 판단을 소극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법원도서관(관장 강영호)은 판결문에 만연체의 긴 문장이나 딱딱한 문어체 표현 대신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구어체를 쓰도록 권장하기 위한 ‘판결 사례집’을 펴내 전국 법원에 나눠줬다고 26일 밝혔다. 판결 사례집에는 자주 발생하는 민·형사 사건에서 판결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간결한 문장으로 고쳐 쓴 모범사례 147개(민사 104개, 형사 43개)가 담겼다.
법원도서관은 또 맞춤법·띄어쓰기 등의 교열사례와 어려운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쓴 범례 등을 담은 <읽기 쉬운 판결서 작성 핸드북>도 만들어 배포했다.
길고 복잡한 문장, 어려운 법률용어로 쓰인 판결문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다. 띄어쓰기를 한 가로쓰기 판결문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2년의 일이다. 1948~94년 사이에 이뤄진 부동산 관련 판결문을 대법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 문장 안에 ‘~한 바’ 등의 연결어미가 평균 14.9개나 들어갈 정도로 길다고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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