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사실상 마무리
지난 2008년 7월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에서 시발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전방위 정·관계 로비 수사가 27일 이광재 강원도지사 등 주요 피고인들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박 전 회장 본인의 파기환송심이 남아있지만 포탈세액 산정을 다시 하라는 취지여서 나머지 혐의는 유죄가 확정됐다. 전체 21명의 관련 피고인(박연차 포함)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남았지만 혐의를 벗기는 힘들어 보인다.
검찰은 2008년 9월 시작한 ‘박연차 1차 수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구속 기소한 뒤, 이듬해 3월 “잔인한 4월”(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을 예고하며 ‘박연차 2차 수사’를 개시했다. 검찰이 2차 수사에서 박 전 회장한테서 금품을 받았다며 기소한 사람은 모두 20명이다. 이 가운데 무죄로 판명난 이는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과 이상철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단 2명에 불과하다. 재판 결과만 놓고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로비 사건’ 수사는 매우 성공한 성싶다.
하지만 검찰은 ‘새로 교체된 권력이 검찰을 시켜 전 정권 인사들을 손보려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의혹이 끊이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국외로 사실상 도피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한 미온적인 수사 태도도 이런 비판에 기름을 부었다. 검찰은 수사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지우기 힘든 오점을 남겼다.
돈을 건넨 방법이나 물증, 진술의 일관성 등 사건의 구체적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검찰이 기소한 민주당 쪽 ‘친노’ 정치인 3명(이광재·서갑원·최철국)은 직을 모두 잃은 반면, 한나라당 쪽 2명(박진·김정권)은 현직을 유지하게 된 것도 야당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