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가예산 등 감안” 이자 400억 깎아
“법원은 신속한 재심 판결을 통해 진실을 밝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누명을 벗겨주었는 바, 이런 조치들로 인해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이 다소나마 위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국가를 위해 거룩한 희생을 한 국가유공자 등에 대해서도 한정된 국가예산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사정과의 균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이 위자료 산정에 반영돼야 한다. 종합해 보면, 원심이 인정한 위자료 원금 액수는 대체로 적정하다고 본다.”
27일 대법원이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전창일(90)씨 등 피해자들과 유족 6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00억원에 달하는 이자의 대부분을 깎으며 판결문에 보탠 말이다. 앞서 원심은 위자료 원금을 235억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날 대법원 3부는 ‘위자료 원금이 너무 많다’는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런 설명을 달았다. 하지만 논리는 ‘이자가 너무 많으니 이자만은 깎자’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3일 군사독재 시절 국가가 저지른 용공·조작 사건 피해자들에게 줄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수십년 동안 오른 물가와 국민소득 등을 고려해 그 이자를 대폭 깎는 선고를 내린 바 있는데,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자를 깎은 만큼 위자료 원금을 높이기 위해 하급심으로 돌려보내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부대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부대상고 시한이 지났다”며 직접 위자료 원금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날 같은 부는 동일한 쟁점으로 납북 태영호 반공법 조작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 등 57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주심 안대희 대법관)과, 이중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이수근씨의 간첩 행위를 도왔다는 혐의로 5년 동안 징역살이를 한 이씨의 외조카 김아무개(64)씨가 낸 소송(주심 차한성 대법관)에서도 이자를 크게 깎는 판결을 선고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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