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구제역 초동대응 실패에 대해 정부를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경북 안동발 구제역 발생 60일째인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다. 당·정·청이 모인 것은 지난해 10월10일 이후 석달 보름여 만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구제역 발생 두 달째인데 가축 260만마리(실제로는 280만마리)가 살처분됐고, 국가 피해가 3조원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초동대응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면 지금 같은 국가비상사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나서자,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들은 “이제 와서 무슨 설명이냐”며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 구제역을 조기에 종식시키라”고 ‘면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백신 접종을 초기에 생각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국민에게 ‘정권 무능’으로 비치는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유 장관을 지목했다가, 나중엔 “지금은 구제역을 잡는 게 중요하다”며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구제역 사태가 커진 것을 두고 “매뉴얼대로 했는데, 매뉴얼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고,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당·정·청 회의가 끝난 뒤 백신 접종 농장의 매몰처분 범위를 더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예방약(백신)을 접종한 소농장에선 항체 형성 여부와 상관없이 감염된 소만 매몰하기로 했다. 돼지농장에선 항체가 형성된 이후에는 감염된 돼지만 매몰하되, 항체 형성 이전에는 감염된 돼지(종돈)만 또는 같은 방의 돼지(비육돈)를 매몰하도록 했다.
농식품부는 애초 백신 접종 뒤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농장 가축을 모두 매몰했으나, 지난주부턴 백신 접종 14일이 지난 농가에선 감염된 소, 또는 같은 방의 돼지만 매몰하도록 범위를 축소한 바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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