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춘
대표적 ‘강골’ 검사…“재벌수사 흔드나” 우려도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남기춘(50·사법연수원 15기·사진) 서울서부지검장이 28일 사직했다. 남 지검장은 오는 31일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김승연(59) 한화그룹 회장 등 주요 피의자들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갑작스런 사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기사 8면
남 지검장은 이날 오전 법무부에 사표를 낸 뒤 검찰 내부 통신망 ‘이(e)-프로스’에 “이제 때가 왔다고 판단해 정든 고향, 검찰을 떠나려 한다”며 짧은 글을 남겼다. 검찰 안팎에선 넉달 남짓 진행된 한화 수사에서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남 지검장의 사직이 후폭풍을 부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부 언론은 이날로 예정됐던 검찰 고검장급 인사와 함께 남 지검장의 ‘좌천’ 가능성을 예고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재벌 비리 수사를 흔들어 결국 검사의 옷을 벗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검찰의 독립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남 지검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으로 있던 2003~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이름을 알린 강력부 출신 검사다. 집념이 강한, 대표적인 ‘강골’ 검사로 꼽힌다.
한편, 서울서부지검이 진행중인 한화와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 등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어, 남 지검장의 공백이 수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남 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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