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춘 서부지검장 사표
영장 잇단 기각무렵 “권력수사보다 어렵다” 토로
법무부의 한화수사 불만 확인하고 인사전 사직
영장 잇단 기각무렵 “권력수사보다 어렵다” 토로
법무부의 한화수사 불만 확인하고 인사전 사직
지난해 9월 서울서부지검이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에 착수했을 때 언론은 ‘작은 중수부’ 등의 표현을 동원해가며 남기춘(사진) 지검장 등 수사라인을 유별나게 치켜세웠다. 그해 10월 서울서부지검이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개시하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 한화그룹의 재무 책임자로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은 홍동옥 여천엔시시(NC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언론은 ‘오기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라며 수사팀을 압박했다. 법원이 한화 쪽 핵심 피의자들의 영장을 거듭 기각하자, 검찰 수사도 ‘본령’보다는 주변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골로 분류되는 남 지검장의 ‘거친 수사방식’도 새삼 도마에 오르내렸다.
당사자인 한화는 물론, 검찰의 기세에 숨죽이고 있던 재계도 “경제를 생각하라”며 가세했다. 동병상련에 ‘동업자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남 지검장은 이 무렵 서울서부지검 내부통신망에 장문의 글을 올려 “부실수사라 규정짓고 그 원인은 잘못된 검찰인사라고 근거짓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보다 살아있는 재벌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렵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 회장이 세번째로 소환된 뒤부터 법무부가 남 지검장을 몹시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기류가 청와대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왔다. 남 지검장은 이 무렵 가까운 선배에게 사직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마침내 법무부가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법무부에서 27일 저녁께 남 지검장에게 이번 고검장 인사 때 (일선 지검장에서) 빼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무부가 남 지검장에게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한화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정황 탓에 법무부의 ‘확실한 의지’를 확인한 남 지검장이 이튿날 인사 불만처럼 비치지 않게 하려고 먼저 사표를 던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남 지검장이 사직한 뒤 검찰 안에서는 법무부 등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벌 수사에서 흔히 있는 ‘외풍’을 막아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복잡해지는 기업범죄와 까다로워지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고려할 때 ‘환부만 도려내라’는 주문은 수사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각된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을 ‘고집이다’, ‘오기다’ 이런 식으로 보면 수사를 할 수가 없다. 수사팀이 재벌의 공격에 직접 노출되다 보니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남 지검장을 잘 아는 검찰 출신 인사는 “불구속 기소를 하더라도 재판에 가면 무죄가 나오기 힘든 대목들이 있어 보인다. 길게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 남기춘은 누구?
검찰 내 대표적 강골 검사로 평가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으로 있던 2003~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집권세력인 노무현 대통령 쪽 수사를 맡아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여택수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하고, 명동 사채시장을 훑어 삼성그룹의 무기명 채권 등을 찾아냈다. 남 지검장과 사법시험·검찰 동기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삼성에서 뇌물을 받지 않은 검사”로 꼽은 사람도 그다. 울산지검장이던 지난해엔 한나라당 텃밭인 울산에서 6·2 지방선거에 나서려던 한나라당의 유력 공천 후보 등을 무더기로 기소하기도 했다. 김남일 황춘화 기자 namfic@hani.co.kr
검찰 내 대표적 강골 검사로 평가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으로 있던 2003~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집권세력인 노무현 대통령 쪽 수사를 맡아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여택수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하고, 명동 사채시장을 훑어 삼성그룹의 무기명 채권 등을 찾아냈다. 남 지검장과 사법시험·검찰 동기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삼성에서 뇌물을 받지 않은 검사”로 꼽은 사람도 그다. 울산지검장이던 지난해엔 한나라당 텃밭인 울산에서 6·2 지방선거에 나서려던 한나라당의 유력 공천 후보 등을 무더기로 기소하기도 했다. 김남일 황춘화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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