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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벌수사 외풍’에 강한 불만좌천 통보받고 결단 내린듯

등록 2011-01-29 09:25수정 2011-01-29 09:27

남기춘 서부지검장 사표
영장 잇단 기각무렵 “권력수사보다 어렵다” 토로
법무부의 한화수사 불만 확인하고 인사전 사직
지난해 9월 서울서부지검이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에 착수했을 때 언론은 ‘작은 중수부’ 등의 표현을 동원해가며 남기춘(사진) 지검장 등 수사라인을 유별나게 치켜세웠다. 그해 10월 서울서부지검이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개시하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 한화그룹의 재무 책임자로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은 홍동옥 여천엔시시(NC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언론은 ‘오기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라며 수사팀을 압박했다. 법원이 한화 쪽 핵심 피의자들의 영장을 거듭 기각하자, 검찰 수사도 ‘본령’보다는 주변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골로 분류되는 남 지검장의 ‘거친 수사방식’도 새삼 도마에 오르내렸다.

당사자인 한화는 물론, 검찰의 기세에 숨죽이고 있던 재계도 “경제를 생각하라”며 가세했다. 동병상련에 ‘동업자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남 지검장은 이 무렵 서울서부지검 내부통신망에 장문의 글을 올려 “부실수사라 규정짓고 그 원인은 잘못된 검찰인사라고 근거짓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보다 살아있는 재벌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렵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 회장이 세번째로 소환된 뒤부터 법무부가 남 지검장을 몹시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기류가 청와대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왔다. 남 지검장은 이 무렵 가까운 선배에게 사직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마침내 법무부가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법무부에서 27일 저녁께 남 지검장에게 이번 고검장 인사 때 (일선 지검장에서) 빼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무부가 남 지검장에게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한화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정황 탓에 법무부의 ‘확실한 의지’를 확인한 남 지검장이 이튿날 인사 불만처럼 비치지 않게 하려고 먼저 사표를 던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남 지검장이 사직한 뒤 검찰 안에서는 법무부 등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벌 수사에서 흔히 있는 ‘외풍’을 막아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복잡해지는 기업범죄와 까다로워지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고려할 때 ‘환부만 도려내라’는 주문은 수사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각된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을 ‘고집이다’, ‘오기다’ 이런 식으로 보면 수사를 할 수가 없다. 수사팀이 재벌의 공격에 직접 노출되다 보니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남 지검장을 잘 아는 검찰 출신 인사는 “불구속 기소를 하더라도 재판에 가면 무죄가 나오기 힘든 대목들이 있어 보인다. 길게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 남기춘은 누구?


검찰 내 대표적 강골 검사로 평가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으로 있던 2003~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집권세력인 노무현 대통령 쪽 수사를 맡아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여택수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하고, 명동 사채시장을 훑어 삼성그룹의 무기명 채권 등을 찾아냈다. 남 지검장과 사법시험·검찰 동기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삼성에서 뇌물을 받지 않은 검사”로 꼽은 사람도 그다. 울산지검장이던 지난해엔 한나라당 텃밭인 울산에서 6·2 지방선거에 나서려던 한나라당의 유력 공천 후보 등을 무더기로 기소하기도 했다.

김남일 황춘화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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