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학생때 무료로 화실다녀 이젠 내가 되돌려줄 차례”

등록 2011-01-30 18:45수정 2011-01-30 18:47

김승일
김승일
도봉동 ‘초록나라 도서관’서
소액후원·강좌진행 함께 나서
미술작가 김승일씨

“제가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닌데….” 지난 13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작업실에서 만난 미술작가 김승일(45)씨는 “그냥 제 능력을 조금 나누는 것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마을도서관 ‘초록나라 도서관’에 2년 전부터 매달 소액의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부터는 이 도서관에서 주부 10명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미술강좌도 무료로 진행한다. ‘재능기부’를 하는 셈이다. 김씨는 “제가 도서관의 기부자가 아니라 그냥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뭘 배우기도 하고 문화생활을 즐기잖아요. 넉넉지 않은 이 동네 사람들도 그런 문화적 욕구는 똑같아요.” 김씨가 유명하고 규모가 큰 단체가 아닌, 자신의 주변에 있는 초록나라 도서관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꾸준히 그림을 그리면서도 생업을 위해 식당을 운영하는 김씨는 주변 친구들의 소개로 초록나라 도서관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도서관에서 미술이나 공예를 배우는 소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하던데, 저도 지역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학 때 미술을 전공했던 그는 15년 전까지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동사무소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운 동네 아이들 명단을 받아 학원에서 무료로 가르친 경험도 있다. “저도 중고등학생 때 수강료를 면제받는 화실 장학생이었거든요. 경제적인 벽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아이들이 있다면, 작은 도움이지만 제가 넘게 해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하지만 김씨는 2001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미술학원 운영을 그만뒀다. 학원에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중단됐다.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찾아왔더라고요. ‘내가 돈 안 받고 가르치는 일을 다시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죠.” 그는 “그 아이들 생각하면 초록나라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제가 가진 것을 어디서든 나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는 4월 도봉구민회관에서 지금 가르치고 있는 주부들과 함께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전시할 계획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동기 부여만 해드리려고 했는데, 주부님들이 정말 열심히 하셔서 깜짝 놀랐다”며 “수강생들의 열정에 자극도 받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수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