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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눔의 진화 행복이 번진다

등록 2011-01-30 18:56

무상급식 논란이 관심 키워
결식아동돕기 3억넘게 모아
SNS·앱 활용…방식도 ‘혁신’

2030 젊은층 ‘나눔강자’ 부상
월급1% 등 정기후원 대세로
주위에 당당하게 추천·권유
‘나눔’은 21세기의 단어다. ‘기부’라는 말에 동정심과 선행의 의미가 깔려 있다면, ‘나눔’이란 말에는 연대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난다. 강원도 화천초등학교 5학년 조성주양은 아름다운재단 누리집에 ‘나눔은 서로 같이 쓰며 사랑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국내 주요 일간지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나눔’이란 단어가 포함된 기사를 검색하니, 1999년 34건에 불과하던 게 2010년엔 1937건으로 급증했다. 21세기 들어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는 ‘기부의 시대’에서 ‘나눔의 시대’로 나아갔다. 그리고 나눔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이를 실천하는 방법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2011년, 우리 사회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나눔의 트렌드를 5개의 열쇳말로 정리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가 가상의 인물 한겨레(30)씨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재구성했다.

2011년 1월 직장인 한겨레씨가 신문을 펼쳤다. 정치권의 ‘무상급식’ 논란에 애꿎은 아이들만 굶을 처지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21세기에 애들을 굶기다니!” 컴퓨터를 켠 한씨는 게시판에서 결식아동을 돕자며 올려놓은 글을 발견했다. 그 밑에 고등학생이 달아놓은 댓글은 가슴을 때렸다. “중학교 때 친구가 급식지원을 받기 위해 교무실에 서류를 내러 같이 가달라고 어렵게 부탁하더라고요. 별일 아니라 같이 갔는데, 그 친구가 사실 혼자 가기 너무 창피했다고, 고맙다고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나요.” 한씨는 그동안 모아놓은 네이버 해피빈 ‘콩’과 신용카드 포인트로 결식아동 돕기에 동참했다. 자신의 트위터와 블로그에도 해당 게시물을 링크했다.

며칠 뒤 한겨레씨는 친구한테 주말 파티에 초대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주최하는 ‘나눔파티’인데, 그 친구는 몇 달 전부터 필리핀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고 했다. 파티에 참석해보니 ‘일대일 결연’방식으로 제3세계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한씨도 캄보디아의 8살 여자아이를 후원하기로 했다. 내친김에 한씨는 내년 여름휴가 때 ‘딸’을 만나러 캄보디아를 가볼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못견딘다 복지무능

최근 ‘무상급식’ 논란은 많은 이들을 ‘나눔계’로 끌어들인 최대 이슈였다. 아름다운재단이 ‘결식제로 캠페인’ 사이트(babsos.tistory.com)를 열었고, 네이버 해피빈에서만 ‘결식아동 돕기’를 주제로 9개의 모금이 동시에 진행됐다. 다음 아고라의 모금청원 게시판에서도 아이들을 돕자는 글에 수천명의 누리꾼이 화답했다. 지난 10일 캠페인을 마감한 결과 공식 사이트를 통해서만 총 3932명이 참여해 3억595만6350원이 모였다. 네이버 해피빈의 ‘결식제로 캠페인’에는 1889명이 854만6800원을 모았고, 해피빈의 나머지 8개 모금에서도 1만4000여명이 2800만원을 모았다.


아름다운재단의 ‘결식제로 캠페인’에 모인 3억여원은 지난 18일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가운데 지원금이 끊겨 형편이 어려운 65곳에 전달됐다.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한창 먹을 때인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해도 마음껏 줄 수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나눔을 통해 ‘복지 무능’의 세상에 매서운 비판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스마트 일반

“에스엔에스(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됐다.”

가수 김장훈씨가 지난해 12월28일 자신의 ‘미투데이’에 “미투(글에 동의한다는 의사 표현) 하나당 100원씩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한 말이다. 일주일 만에 1만여명의 누리꾼이 모였고 지난 13일 2만명을 넘겼다. 그는 29일 누리꾼들과 함께 연 ‘신개념 바자회 콘서트’의 수익금도 나눔 활동에 쓰기로 했다.

인터넷, 스마트폰, 에스엔에스가 나눔의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에스엔에스에 접속해 모금 사연을 클릭한 뒤 바로바로 나눔에 동참한다. 네이버 블로그 등에 글을 쓰고 받은 ‘콩’을 기부하고, 신용카드 마일리지와 휴대폰 소액결제를 이용하기도 한다. 자신이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온라인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모금 상황도, 누리꾼들의 댓글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모금단체들도 앞다투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좀더 손쉽게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인 정성택(33)씨는 한 국제구호단체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후원금을 내는 회원으로 등록했다. “아이가 아파서 속상해하다가, 문득 어린이를 위한 나눔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가 스마트폰에서 기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불과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통신사들도 나눔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레인보우 포인트와 오케이캐쉬백 포인트 등을 20여개 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천사사랑나눔 앱’을 만들었다. 이런 스마트한 모금 방식 때문에, 행동이 굼뜬 이들도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주요 나눔 단체들의 모금 추이

2030 지갑 열어

20~30대 젊은층이 ‘나눔 강자’로 부상했다. 굿네이버스가 2009년 신규 정기 후원자 10만명을 분석한 결과, 기부를 가장 많이 한 연령층은 ‘2030 세대’였다. 30대가 21%, 20대가 15%로 두드러졌고, 40대(17%), 50대(15%), 10대(7%) 등 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굿네이버스를 통해 아프리카 르완다, 아시아 네팔, 필리핀 등 3개국의 아동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 양영옥(35)씨는 “우리가 어려운 시절 외국 사람들이 베풀었던 사랑을 갚을 때가 되었다”며 “적은 금액이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기부전문포털인 ‘기부스타트’(givestart.org)가 홈페이지 방문자 521명을 대상으로 기부 동기를 조사한 결과 ‘2030 세대’는 “당연히 나눠야 하므로”라는 ‘당연형’을 첫번째 기부요인으로 꼽았지만, 다른 세대는 “가슴 아파서”라는 ‘마음형’을 택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학교에서 나눔 교육을 받고 매체를 통해 연예인들의 선행을 자연스레 접해온 2030 세대가 새로운 나눔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구 따라 함께 나눈다

웨딩사업을 하는 박정현(40)씨는 지난 22일 ‘나눔파티’를 열었다. 박씨처럼 ‘한국컴패션’을 통해 제 3세계 아동을 후원하는 이들과, 또 이들이 데려온 친구들 130명이 모였다. 박씨는 사무실 직원과 친구 등 10여명을 초대했다. 한국컴패션은 후원자 소모임을 운영하는데, 후원자들끼리 다시 10여명씩 조를 나눠 ‘에프오시(FOC·Friend of Compassion) 파티’를 연다. ‘나눔’은 인맥을 타고 흐른다.

파티 준비도 ‘인맥’이 도와줬다. 서울의 한 사진 스튜디오가 ‘공간 나눔’으로 제공됐고, 음대 교수들이 공연을 열어 재능을 나눴다. ‘음식 나눔’으로 칵테일파티의 구색도 갖췄다. 행운권 추첨 1등 선물인 ‘화장품 상품권’도 이런 나눔으로 마련됐다.

박씨는 지난해 12월에도 서울 강남 지역에서 열린 두 번의 파티에 참석했다. 박씨는 “친구를 따라 파티에 왔던 이들 가운데 60~70%가 새로 나눔 결연을 맺었다”고 전했다. 현재 볼리비아에 있는 아나예리 세븐도(10)를 3년째 후원하고 있는 박씨는 “나눔파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의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굿네이버스도 ‘이음파티’를 한다. 박명원(28)씨는 “지인이 이음파티에 함께 가서 공연을 하자고 해 같이 갔다가 나눔에 동참하게 됐다”며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심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파티에서 나눔활동을 처음 접했던 김아무개(44)씨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너 아이 몇 명 후원하니’라고 묻는 게 유행이라는 농담도 있다”며 “참석자들끼리 인맥도 넓히고 나눔도 함께 할 수 있는 나눔파티의 경우 장점이 있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충동기부?…정기후원!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에 ‘1% 나눔’을 권해온 결과, 이에 동참한 이들이 2000년 349명에서 2010년 말 4만4561명으로 무려 128배 늘었다. 월급 1%에서부터 인세 1%, 용돈 1%까지 의미도 다양하다. 아름다운재단은 1% 나눔 활동의 성과로 “시민들이 일시적인 불우이웃돕기 방식을 벗어나 연중, 소액, 정기기부를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름다운재단이 지난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살 이상 성인남녀 1035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2009년 정기 기부 참여율은 24.2%로 2007년보다 7.6%포인트 증가했다.

실제 모금단체들은 “지난해 말 일부 모금회 비리 여파에도 큰 타격이 없었던 것은 대부분의 후원금이 정기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굿네이버스는 “2000년에 1년에 1만명꼴로 증가하던 정기후원자 수가 2010년에는 한 해 15만명 가까이 늘었다”며 “특히 최근 2년간 ‘기부는 꾸준히 해야 한다’는 인식 변화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기아대책 이지수 간사도 “모금회 비리 여파로 나눔문화가 위축될까 새로 정기후원을 시작한 이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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