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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파에 일감 줄어 일용직 ‘막막’

등록 2011-01-31 20:24수정 2011-01-31 21:23

31일 아침 서울 구로구 구로3동 남구로역 인근 인력사무소 앞을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나고 있다. 이곳엔 10여곳의 인력사무소들이 밀집해 있지만, 최근 날씨가 추워 일감이 크게 줄었다.
31일 아침 서울 구로구 구로3동 남구로역 인근 인력사무소 앞을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나고 있다. 이곳엔 10여곳의 인력사무소들이 밀집해 있지만, 최근 날씨가 추워 일감이 크게 줄었다.
신설동 인력사무소 가보니
하루 70명중 20여명 허탕
“부모님 선물 어떻게 살지…”
설연휴가 더 추운 ‘거리의 서민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31일 새벽 5시30분께, 작업화를 신고 두툼한 점퍼 차림을 한 50여명이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 근처 ㄱ인력사무소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사무실 직원에게 인적사항과 희망업종 등을 말한 뒤 차례를 기다렸다. 담배를 피우거나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무실 안 분위기는 무거웠다.

광진구 광장동 건설현장으로 간다는 최아무개(35)씨는 청바지에 가죽점퍼를 입었지만 구두를 신고 있었다. 두 달 전까지 중소기업 직원이었던 그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사직서를 내고 건설일에 뛰어들었다. 아직 가족들에게는 퇴직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가방 안에 짐을 몰래 싸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고 했다. 최씨는 “설날인데 부모님께 선물이라도 하려면 부지런히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건설 경기마저 얼어붙어 있어 일자리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날 인력사무소를 찾은 이들 모두 일자리를 구해 나가는 건 아니었다.

“용인 타요!”라는 말에 김아무개(46)씨가 사무실에서 나와 승합차에 올라탔다. 다른 일용직 노동자 7명도 그와 함께 출발했다. 용인의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가는 이들이다. 김씨는 “장거리를 가면 일당이 1만~2만원 정도 많아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요즘엔 일감이 줄어 승합차 수가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이날 새벽 한 시간 남짓 동안 승합차는 3대밖에 서지 않았다. 서울 삼성동 건설현장으로 간다는 박아무개(55)씨는 “사무실 안에 아직도 30~40명이 남아 있다”며 “올해는 날씨마저 추워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더욱 줄었다”고 말했다.

“으~, 추워.” 아침 6시30분이 넘어서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0여명의 사람들이 사무실을 나와 흩어졌다. 사무실 앞에 남은 몇몇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담배만 피웠다. 김아무개(42)씨는 “설 연휴라 그런지 오늘은 일감이 빨리 떨어졌다”고 했다. 김씨는 인력사무소 맞은편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이날 아침 기온은 영하 12도였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길에 세워져 있던 차를 훔친 혐의(절도)로 이아무개(44)씨를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8일 저녁 8시50분께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세워져 있던 최아무개(51)씨의 카렌스 승용차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설날이 오는데 일자리도 없고, 잘 곳도 마땅치 않아 교도소 가면 잠도 자고 밥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도 사흘 전까지는 새벽 동대문 인력시장에서 일거리를 받아 일한 뒤 밤에는 만화방이나 찜질방에서 살았던 일용직 노동자였다. 글·사진/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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