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약재로 한정
1997년 김아무개(63)씨는 당시 11살된 반달가슴곰을 사들였다. 이 곰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재수출 목적으로 83년에 수입된 곰에게서 태어났는데, 반달가슴곰은 79년 국제협약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됐다. 한국도 85년부터 곰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93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김씨는 2009년 이 곰으로부터 기름(웅지)을 짜내 비누와 화장품인 에센스 제조에 사용하고 발바닥은 요리재료로 사용하겠다며, 지역 환경청에 ‘국제적 멸종위기종 용도변경 승인신청’을 했다. 야생동·식물보호법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1985년 이전에 재수출용으로 수입해 인공사육 중인 곰과 이 곰으로부터 번식한 곰을 가공품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 등에만 용도변경 승인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청은 ‘웅담 등을 약재로 사용하는 경우 이외에 곰고기 등을 식용으로 판매하기 위한 용도변경은 불허한다’는 지침을 들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씨는 “이 곰은 사유재산이자 개량종이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가공품 재료로 용도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는 웅담 등의 약재로만 제한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곰발바닥 요리는 물론, 비누와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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