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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의혹사건 등 덮기 급급, 누리꾼 들끓으면 그제야…경찰 수사 지휘부는 인터넷?

등록 2011-02-09 19:54수정 2011-02-09 21:34

원칙없이 초기대응 허술
이슈화뒤 재조사 잇따라
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강력계에 50대 여성이 찾아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남자친구의 집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아무개(29)씨의 어머니였다. “딸을 잃고도 하소연 할 곳이 없어 눈물만 흘렸다”고 자책하던 어머니는 3개월 만에 “경찰이 딸의 죽음을 자살로만 몰고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가 경찰에 “납득할 만한 수사를 다시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을 돌아와야 했다. 남자친구의 집에서 딸의 주검이 발견됐지만, 일본으로 출국하려는 딸의 남자친구를 붙잡아 두지도 못했다. 경찰은 그에게 “혐의가 없는데 출국을 어떻게 막냐”고 말했다. 사망 전 딸의 통화목록을 확인해달라는 요청도 거절당했다. 어머니는 지난 2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1만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딸을 추모하는 등 반향이 일자 경찰의 태도가 달라졌다. 사건을 맡았던 수서경찰서의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이 재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직접 답글을 올려 “수사를 제대로 하겠다”고 밝힌 사례만 최근 들어 네 번째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경찰이 성폭력 피해자를 도리어 성희롱했다는 고발글에 대해 두 달 동안 조사가 진행됐다. 또 2009년 8월 성폭행범에게 저항하다 숨진 ‘노원구 여대생 사망사건’의 유족이 최근 다음 아고라에 부실 조사를 주장하는 글을 올리자, 서울경찰청이 “전면 재수사 하겠다”는 답글을 올리기도 했다. 9일에는 “아버지가 실종됐는데 남양주경찰서가 도와주질 않는다”는 글이 3만8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자, 남양주경찰서장이 직접 “3개 팀을 전담 배정해 수사 상황을 가족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겠다”는 답글을 올렸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수사를 다시 하겠다’는 건 반길 일이지만, 경찰의 대응에 원칙이나 기준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이 아고라에서 베스트가 되면 그제서야 경찰이 관심을 갖는다(누리꾼 kyong3116)”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이 인터넷에 관심을 보이자, 억울한 이들이 ‘존경하는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님께’ 등의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장은 “최근 진행되는 재수사는 부실수사나 추가 혐의 때문에 시작된 게 아니라 여론을 의식해 유족을 달래려는 성격이 짙다”며 “차라리 일선 경찰이 피해자나 유족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성의를 보여주도록 교육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많은데 여론몰이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다보면 자칫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어, 이번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면 기준과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임지선 박보미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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