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계장이 조서 쓰는 편법에 제동
“기소할 피의자는 검사가 직접 신문하도록 하라.”
한상대(52·사법연수원 13기·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이 피의자 신문과 조서 작성을 검찰직원(참여계장)에게 맡기는 잘못된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 지검장의 지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운용 방안을 마련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오는 8월 검찰총장 인선을 앞두고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 지검장의 이번 실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검찰 수사에서 피의자 신문과 조서 작성을 검사가 하도록 정해놓고 있지만, 그동안은 참여계장이 신문을 하고도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마치 검사가 조서를 작성한 것처럼 검사의 도장을 찍고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 왔다. ‘검찰 직원이 검사의 명을 받아 수사에 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청법의 조항을 확대 해석한 것이다. 고소 남발로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현실론이 ‘편법’ 관행을 부추겼고, 특히 고소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기획통인 한 지검장은 이달 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이런 제도 개선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검장은 지난 2일 취임사에서 “법률가로서 형사소송법에 맞게 일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검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8개 형사부 아래 수사지원반을 두기로 했다. 수사지원반에서 피의자를 조사할 수는 있지만, 기소할 피의자는 반드시 검사가 다시 신문하고 조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검사는 “법원이 검찰 조서를 불신하는 바탕에는 ‘계장이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던 게 사실”이라며 “법대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 지검장은 이와 관련해 17일 서울중앙지검의 형사부장과 공판부장을 모아놓고 고소·고발 사건 처리 개선 방안을 토론하기로 했다. 다른 간부검사는 “이 자리에서 형사부를 중심으로 이번 개선 방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형사부엔 검사 한 사람당 평균 200~300개씩 사건이 쌓여 있다.
김태규 노현웅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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