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2007~2009년 회계) 8개 기금 자산·부채 총액
우수상 ‘자산잠식 정부기금 현황’
“결국 국민들 세금에서 나오는 돈이잖아요.”
‘자산잠식 정부기금 현황’으로 정보공개청구캠페인 우수상에 선정된 유한조(30)씨는 “정부관리기금도 누군가는 메워야 할 돈이기에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에 2009년도 회계 결산 기준으로 자산이 잠식된 정부관리기금에 대해 기금별 최근 5년간 수입·지출 세부내역과 자산·부채 총액 등을 정보공개청구했다. 기금은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해 국가재정법에 따라 설치·운용하는 것으로, 정부관리기금으론 40개가 있다.
유씨가 청구해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09년까지 자산이 잠식된 정부관리기금은 모두 8개로 △고용보험기금 △공공자금관리기금 △공적자금상환기금 △과학기술진흥기금 △쌀소득보전변동직접지불기금 △양곡증권정리기금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외국환평형기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설치된 공적자금상환기금의 경우 2005년 자산 3421억원, 부채 42조8497억원이었는데, 2009년에는 자산이 74억원인 반면 부채가 49조9398억원으로 자산 잠식이 더욱 심화됐다. 다른 7개 기금들도 자산이 잠식된 채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관리기금은 방만한 운영과 부실화로 꾸준히 지적을 받아 왔다. 누적되는 적자 탓에 실업급여 계정 적립금이 2013년 고갈될 것으로 보이는 고용보험기금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보험 기금의 방만한 운영에 적절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고용보험기금의 장기적인 안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정부가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할 기금을 예산사업에 편성해 기금의 부실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회사원인 유씨는 “베일에 가려진 정부관리기금의 현황을 알고 싶었다”며 “정보공개청구가 정부의 기금 운용을 감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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