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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평남짓 45만원…1년치 한번에? ‘하숙비 비상’

등록 2011-02-24 20:00수정 2011-02-24 21:07

새학기 시작을 한 주 앞둔 24일, 하숙집을 구하려는 한 대학생이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인근의 하숙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새학기 시작을 한 주 앞둔 24일, 하숙집을 구하려는 한 대학생이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인근의 하숙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강대·이대 등 총학생회 모여 공정위 제소키로
‘하숙비 짬짜미’ 도 넘어…기숙사비도 천정부지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서강대 정문에서 100m 정도 내려와 차도 맞은 편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2~3층짜리 빨간 벽돌 빌라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집집마다 ‘하숙’이라고 써놓은 안내판이 나붙어 있다.

“방 보러 왔어요? 마침 빈 방이 하나 남았어요.” 60대 여주인을 따라 3층으로 올라서자 방 4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4.95㎡(1.5평) 크기의 방이 한 달에 45만원이라고 했다. 여주인은 18년 전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마저 기존의 큰 방을 칸막이로 나눈 것이라 옆방의 소음이 그대로 들려왔다. 하숙집 2층 주방 식탁 위에는 김치, 오징어젓갈, 시금치 등이 덮개로 덮혀 있다. “왜 그걸 열어봐. 다른 하숙집 돌아보면서 음식 들춰보면 바로 쫓겨나.”

24일 오전 돌아본 이 일대 다른 하숙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또다른 하숙집은 3.3㎡(1평) 남짓한 공간에 하숙비가 43만원이었다. 침대와 책상이 놓인 방에는 빈 공간이 거의 없었다. 식사는 오전 7~9시, 오후 6~7시까지만 제공된다. “여기저기 돌아보면 제일 나쁜 방 얻어. 그냥 온 김에 결정하고 가. 들어올거면 보증금 5만원을 내고. 보증금 안 맡기면 방이 금방 나갈 걸.”

대학 새학기가 다가오면서 대학생들의 방값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전세방은 엄두도 내기 힘들고, 월세나 원룸, 학교 기숙사비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학이 몰려 있는 서울 신촌 일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5~60만원, 거기에 관리비 5만원까지 따로 내야 하는 집이 많고, 민자로 지어진 서강대 기숙사의 경우 2인1실 기준으로 한 학기(3.5개월)에 170만원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 부모가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학생들은 하숙집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하숙비 역시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달 들어 신촌 일대는 하숙비가 평균 10만원씩 동시에 오르면서, 조금이라도 싼 하숙집을 찾기 위해 학생들이 이사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강대생 박희은(22·생명과학3)씨는 “우리집은 3만원이 올라 48만원인데, 다른집은 10만원씩 올라 옆방 친구가 우리집으로 이사를 왔다”며 “하숙비가 이만큼 올랐으니 맘에 안 들면 나가라고 하는 하숙집도 많다”고 말했다.

하숙집의 ‘짬짜미’도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학가 일부 하숙집들은 1년치 하숙비를 한꺼번에 요구하거나, 중간에 방을 뺄 경우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1년치 하숙비 385만원을 한꺼번에 냈다는 하아무개(22·숙명여대 법학4)씨는 “주인 아주머니가 ‘중간에 사람이 빠질 경우 다시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부담이 된다’며 1년치를 한꺼번에 달라고 했다”며 “내가 방을 뺄 경우 하숙생을 구해 놓고 나가지 않으면 남은 돈을 돌려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하씨의 하숙비는 숙명여대가 있는 서울 용산구 청파동 일대에서는 싼 축에 속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서울 시내 몇몇 대학의 학생회는 24일 ‘하숙비 짬짜미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제소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추친위에는 서강대, 이화여대, 고려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총학생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다른 대학 학생회까지 참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하숙비뿐 아니라 보증금 기간과 부식 짬짜미 등 학생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이런 문제는 등록금과 함께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피해 사례를 모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집단제소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황춘화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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