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둘러싼 주요 의혹
‘한상률 의혹’ 주요 내용은
지난 2009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개시되기 직전 미국으로 나갔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4일 출국 2년 만에 슬그머니 귀국했다. 핵심 조사 대상이던 그는 검찰의 귀국 종용에 ‘대학에서 연구를 하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돌아오지 않았다. 한 전 청장의 귀국은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지난해에는 암 투병 중인 부인을 만나려고 한 전 청장이 몰래 귀국했다는 소문이 정치권과 정보기관 사이에 나돌기도 했다. 그런 만큼 한 전 청장이 검찰 조사에서 어떤 내용을 풀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의 고발 사건을 수사할 검찰 조사의 초점은 △승진을 위한 그림 로비 △국세청장 연임 로비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등 크게 세 가지다. 그림 로비 의혹은 한 전 청장이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초 인사 청탁을 위해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최욱경 화백의 수천만원짜리 그림 <학동마을>을 상납했다는 내용이다. 연임 로비 의혹은 한 전 청장이 2008년 초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충성 맹세’를 하는 한편, 이 대통령 쪽 실세에게 10억원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이 뼈대다.
또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원래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니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맡도록 지시한 과정에 직권남용이 있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조사4국은 국세청장의 하명 사건을 처리하는 특명부서다. 이들 의혹은 표면적으로는 한 전 청장 개인의 승진·연임 로비 의혹이지만, 한 전 청장의 유임과 참여정부를 노린 기획 세무조사 등이 ‘거래’됐다는 의혹이 두루 얽혀 있다. 단순한 개인비리가 아닌 셈이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 의혹을 뒤늦게 수사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한 전 청장이 무슨 비리 덩어리냐. 그래서 탈탈 털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2009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이 한 전 청장의 강제송환을 주장하자 “사안 자체가 구속할 정도가 돼야 하는데 아직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만큼 구증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남일 김태규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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