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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업자료는 음란 동영상…강사는 음담패설

등록 2011-02-27 19:56수정 2011-02-27 21:34

한양대 ‘성의 이해’ 교양수업에 쓰인 강의자료의 일부분. ‘성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왜곡된 의견을 당연한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한양대 ‘성의 이해’ 교양수업에 쓰인 강의자료의 일부분. ‘성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왜곡된 의견을 당연한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이해못할 ‘성의 이해’ 강의

한양대서 14년째 교양수업
“성폭력은 남성의 본능” 등
교재엔 잘못된 성관념 담겨
학생들 “불쾌하고 황당했다”
강사는 “다양한 관점중 하나”
한양대생 이아무개(21·여)씨는 지난해 2학기 ‘성의 이해’라는 교양수업을 듣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수업 자료에 음란 동영상을 갈무리한 화면이 등장하고, 수업 내내 이어지는 강사의 성적 농담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학교 인기강좌라고 해서 신청했는데 들어보니 강의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며 “불쾌해서 나중에는 아예 뒷자리에 앉아 다른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수강생 ㅅ(23·여)씨도 “수업 내용 중에는 잘못된 피임 방법 등 황당할 정도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ㅅ씨는 또 “페티시즘, 관음증 등을 소개하는 수업의 파워포인트 자료는 3분의 1 이상이 성인 동영상을 갈무리한 음란 사진이었다”며 “많은 학생들이 수업 내용보다 시각자료에 집중해 이를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본 이미지는 해당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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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요청으로 이 수업의 교재인 <성과학의 이해>를 검토한 여성단체와 여성학자들은 27일 “문제점이 너무 많아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이 수업의 강의를 맡은 김종흡(53) 박사(생물학)가 직접 쓴 이 책에는 ‘성폭력은 남성에게 내재하고 있는 고유한 본능’, ‘(유산은) 성격적으로 미완성인 경우와 독립성이 강하고 욕구불만인 여성에서 나타난다’ 등의 황당한 서술이 포함돼 있다. 또 ‘(성관계시) 여성은 일반적으로 대접받기를 좋아한다’, ‘(성관계시 남성의 애무를 통해) 여성의 히스테리성 방어기질을 완화시키는 순응적 반응이 필요하다’ 등 고정된 성역할을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다. 학생들은 심지어 ‘야동’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받기도 했다.

이 자료를 살펴본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여성학)는 “성차별·인종차별·성적소수자 차별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대학교 교재로 부적합하다”며 “수업 자체를 포괄적인 의미의 환경형 성희롱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혜정 ‘유쾌한 섹슈얼리티 인권센터’ 대표도 “부정확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설된 지 14년째인 이 강의는 한 학기에만 같은 내용의 강의가 4개 개설되며, 매학기 1000여명의 학생이 강의를 듣는다. 한양대 학사팀 관계자는 “그동안 수업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며 “교양수업은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로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수업은 지난 3년간 비플러스(B+)에서 에이(A) 수준이라 강의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강의를 맡고 있는 김종흡 박사는 수업 내용에 대한 비판적 지적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는 것일 뿐이고,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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