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교사들 퇴직때 고객회비 대납해야
‘유령고객’ 비용 떠안는 관행도…피해 속출
‘유령고객’ 비용 떠안는 관행도…피해 속출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귀하가 받으실 금액은 560원입니다.”
재능교육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하다 지난 2월 계약이 공식 해지된 김소영(가명·27)씨의 1월 ‘수수료 명세서’의 내용이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습지 교사는 월급을 ‘수수료’란 이름으로 받는다. 명세서에는 100여만원의 공제액이 표시돼 있었고, ‘다음달에 40여만원을 더 공제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는 “학습지와 관련된 직업을 다시는 구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가 560원이라는 황당한 급여를 받게 된 배경에는 학습지 시장의 고질적인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학습지 지국의 실적을 유지하려고 유령회원과 ‘퇴회 홀딩’(회원이 학습지를 끊었지만 교사가 회비를 대납하는 관행)을 교사들이 떠안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김씨는 “회원이 늘어날수록 수수료가 달라지니 유령회원을 만들어서라도 비용을 대고, 학습지를 끊은 회원의 회비를 대납해서라도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로 지국장이 교사들을 설득한다”며 “처음엔 한두개 쌓이다가 점차 ‘퇴회 홀딩’ 수가 20개, 30개로 불어났다”고 했다. 김씨의 경우 40명 안팎의 학생들에게 120개 과목을 가르쳐 평균 2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는데, 30~40과목 정도의 유령회원 때문에 60만~70만원 이상을 회사에 신용카드로 결제해왔다. 2008년 학습지 교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떠안고 있던 유령회원과 회비 대납이 너무 많아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했고, 2월에 인수인계를 마쳤다. 그가 회사에서 받을 돈은 120여만원이었지만 이마저 유령회원과 회사를 그만두며 학습지를 끊는 회원들 돈을 대납하느라 대부분 공제됐다.
실제 학습지노동조합에는 김씨와 같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습지노조의 상담 내용을 보면 “회사와 계약 해지를 한 뒤에도 유령회원의 30개 과목이 그대로 남아 돈을 물어내야 했다”, “암수술로 회사를 갑지기 그만뒀는데 지국에서 퇴회 비용을 물어내라고 요구해왔다”는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난 7월 재능교육과 계약을 해지한 이아무개(26)씨도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도 지국에서 몇개월씩 해지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가 이 책임을 전부 떠맡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득규 학습지노조 사무처장은 “지국에선 영업목표를 유지하려다 보니 교사가 그만둘 경우 퇴회 회원의 비용을 교사들에게 전가하고, 이마저도 안되면 지국장이 자신의 돈을 쏟아붓는 경우도 있다”며 “재능교육은 노동조합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여서 이런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능교육 쪽은 “사실관계를 조사중이며, 관련 부서에서 해당 교사에게 경제적인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준 이유진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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