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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동남권 신공항 ‘갈팡질팡’…영남 ‘갈기갈기’

등록 2011-03-01 20:06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 밀양 공항의 위험을 부각시킨 펼침막이 걸려 있다.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곳은 돗대산인데, 신어산이라고 표기했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 밀양 공항의 위험을 부각시킨 펼침막이 걸려 있다.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곳은 돗대산인데, 신어산이라고 표기했다.
부산-대구 유치경쟁 상호비방 불법펼침막 ‘도배’
지역 언론은 왜곡·노골적 편들기로 싸움 부채질
정부, 위치선정 4차례나 연기 ‘불난 집 기름붓기’
 대구 중구 대봉네거리에 부산 가덕도 공항의 위험을 부각시킨 펼침막이 걸려 있다.
대구 중구 대봉네거리에 부산 가덕도 공항의 위험을 부각시킨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정부가 네 차례나 동남권 신공항의 위치 선정을 미루면서, 부산과 대구 두 지역의 유치 경쟁이 과열을 넘어 상호 비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두 지역의 언론사들은 자기 지역에 공항을 유치하기 위해 노골적 편들기를 하는 등 지역간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 불법 펼침막 범람 1일 부산지역 도심은 물론 김해공항 등 외곽과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동남권 신공항이 부산 가덕도로 와야 한다’는 펼침막으로 홍수를 이루다시피 했다. 부산역 광장에만 펼침막이 10여개나 내걸려 있다. 지난 1월24일 허남식 부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신공항 유치에 이제부터 공세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한 뒤, 새마을지부 등 각종 단체 이름으로 내걸린 펼침막이 4000여개에 이른다.

대구지역 도심과 아파트 단지에도 온갖 단체들은 물론이고 아파트 입주자 회의까지 신공항의 밀양 유치를 촉구하는 펼침막으로 뒤덮여 있다.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에만 15개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심지어 신공항 홍보 문구를 넣은 아파트 분양 광고가 등장하는가 하면, 신공항 홍보 문구에 음식점 메뉴와 가격까지 넣은 펼침막도 버젓이 걸려 있다.

펼침막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부산에선 인구 11만명의 밀양시를 ‘산골’로 깎아내리는 구호가 남발한다. 또 2002년 4월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다가 경남 김해시 돗대산에 추락해 1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중국 민항기 사고를 이용하는 구호도 곳곳에 내걸렸다. 유족들의 아픔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대구에선 처음에 밀양 공항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구호만 눈에 띄다가, 급기야 “태풍 부는 바다는 불안하다! 육지 밀양은 안전하다” 따위로 가덕도 공항을 깎아내리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부산과 대구에 내걸린 펼침막들은 대부분 불법이지만, 자치단체들은 손을 놓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대부분 제작비를 대고, 다른 단체 이름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은 불법을 인정하면서도 단속에 적극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시민들이 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고 정해진 장소 밖에다 펼침막을 걸면 도심 환경 훼손 등의 이유를 내세워 득달같이 달려와서 바로 수거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후보 지역인 부산 가덕도 남쪽.
동남권 신공항 건설 후보 지역인 부산 가덕도 남쪽.
■ 균형 잃은 지역언론 지역언론의 노골적인 편들기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당위성과 논리적 전개 및 사실관계, 쟁점을 차분하게 전하기보다는, 원색적 비방과 의도적 편집, 검증되지 않는 논리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며 자기 지역에 유리한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남 밀양 하남.
경남 밀양 하남.
대구 일간 <매일신문>은 2월14일치 1면에 ‘호남 100여 시민단체 밀양 신공항 지지’라는 제목으로 “16일 대구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한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16일 성명에 참여한 호남권 시민단체는 26곳뿐이었다.

이 신문은 일부 중앙 일간지들이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을 통해 신공항 건설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2월12일치 칼럼에서 “서울 언론들의 무용론과 같은 최근 보도는 서울병적이고 서울 중심주의의 오만, 편견을 여지없이 드러낸 작태”라고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부산 일간 <부산일보>는 1월24일치 ‘신공항, 경제성·여론·명분 모두 가덕도가 합당’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경제성은 물론 여론이나 명분 모두를 따져봐도 이처럼 가덕도가 최적의 입지임이 거듭 확인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입지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고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가덕도 선정을 촉구했다.

부산의 또다른 일간지 <국제신문>은 가덕도를 지지하는 인사들을 잇따라 인터뷰하며 가덕도 유치에 힘을 실었다. 또 2월8일치 ‘안개만 끼어도 계기 착륙 못하는 곳에 공항이라니’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궂은 날씨에 계기 착륙을 시도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지역에 24시간 잠자지 않는 신공항을 짓자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밀양의 공항 입지 부적격성을 부각시켰다.

이런 지역 간 갈등 양상을 두고 정부에 합리적 근거 제시와 조속한 입지 선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손동호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가 표를 의식해 공항 위치를 네 차례나 연기하면서 부산과 대구의 갈등이 더욱 증폭됐다고 보지만 부산과 대구도 격한 맞대응을 자제하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하루빨리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짓는 게 그나마 지역 간 소모적인 대립에서 오는 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부산 대구/김광수 박주희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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