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소송 봇물 ‘행정낭비’
작년 1천억대 예산 지출
작년 1천억대 예산 지출
녹색연합이 펴낸 ‘2008년 전국 군용비행장 소음 실태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군용비행장 소음 피해주민은 33만가구 9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도 군용비행장 49곳 가운데 주민피해 지역을 42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가 국회에 낼 예정인 군소음특별법안은 85웨클 이상 지역의 주민들만 보상하도록 하고 있어 소요예산이 8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강기정 민주당 의원 등이 75웨클 이상 지역까지 보상 범위를 넓혀 제출한 법안을 따를 경우 비용이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소음피해 주민들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원한다면 75웨클 이상 지역까지 포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8조원의 예산도 단계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인철 녹색연합 국장은 “정부는 합리적 기준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주민들의 소송에 대해 지난해 기준으로 1000억원대의 피해보상금을 지출했다”며 “피해주민에게 실질적 보상이 이뤄지도록 제대로 된 법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75웨클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피해인구가 24만명에 이르는 대구비행장 외에도 광주, 수원, 청주, 군산 등에서도 피해민원은 줄을 잇고 있다. 1948년 광주시 광산구 신촌동에 지어진 광주비행장의 경우 피해주민 수가 5만명을 넘어섰다. 광주비행장 주변 피해는 주로 광산구와 서구 상무지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1996년부터 조성된 광주 상무지구는 인구가 당시 4만5000명에서 2007년 말 8만6000명으로 증가해 피해주민 수가 크게 늘었다.
광주뿐 아니라 대구, 수원 등 대도시의 민·군 공용공항의 경우 주변지역 인구 유입을 막지 못해 소송 인구와 배상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수원비행장 주변 피해인구는 약 14만명으로, 학교 14곳, 병원 67곳, 복지시설 158곳에 달한다.
군비행장 소음 피해주민들의 민원은 2008년 259건 등 연평균 200건이었고, 1998년부터 10년간 69만명의 명의로 182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청구금액은 3562억원에 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피해주민 지원을 위한 예산 1000억원이 책정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특별법 마련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소송을 판단했던 법원의 기준도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11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 주민이 낸 소송에서는 “80웨클 이상이어야 수인한도를 넘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같은 달 25일 선고한 판결에서는 도심인 대구의 경우 수인한도를 85웨클로 삼았다. 대법원은 도심과 농촌의 기준이 다른 것에 대해 “농촌지역 주민들이 조용한 삶에 대한 기대가 도시보다 크다”는 논리를 들었다. 손준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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