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재외선거 유권자 수와 투표율
229만명 중 88만명 ‘최대’…범죄 개연성 높아
2006년 4월에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 득표율 0.07%(2만5천여표) 차이로 하원의 주도권이 우파에서 좌파로 넘어갔다. 이탈리아는 2001년부터 재외선거를 도입했는데, 총선에 재외선거가 실시된 것은 2006년이 처음이었다. 해외에 사는 이탈리아인 600만명 가운데 무려 280만명(40%)이 투표에 참여했다. 득표율에 견줘보면 정국의 주도권이 재외선거에서 갈린 셈이다. 투표방식이 우편투표라는 점을 고려해도 이탈리아의 재외선거 투표율은 이례적으로 높다.
공관투표와 우편투표를 모두 허용하는 일본의 경우, 2007년 참의원 비례대표선거의 재외선거 투표율이 불과 3%(재외선거 유권자 79만8천여명 가운데 2만4천여명 투표)에 불과했다.
재외선거범죄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검찰은 이탈리아의 사례가 참고가 된다고 했다. 선거제도가 달라 평면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이탈리아도 한국처럼 교민사회의 커뮤니티가 강하고 외국에 살면서도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공관투표만 허용하는 우리의 경우 재외선거의 투표율을 최대 20%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상황이라면 낮은 투표율로도 이탈리아처럼 재외선거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되고, 재외선거범죄가 발생할 경우 선거 결과의 정당성 시비로까지 번질 수 있다.
외교통상부가 파악하고 있는 재외선거 예상 유권자는 2009년 기준으로 229만여명이다. 미국(88만명)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일본(47만명), 중국(33만명) 차례다. 검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은 재외선거의 공정성이 미국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권자가 가장 많은데다 종종 과열 양상을 보이는 한인회장 선거에서 보듯, 이념·지연·학연 등으로 나뉜 미국 교민사회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선거범죄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과 교민들이 만나는 주요 통로인 한인단체가 점차 증가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파악한 재외한인단체는 2923개(2010년 기준)에 이른다. 이들 단체에 속한 사람은 624만명(전체 재외동포 696만명), 회원 수가 1만명 이상인 단체는 86개다. 이들 단체 가운데 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인회는 미국이 199개, 일본이 190개, 중국이 46개다. 재외선거 예상 유권자의 38%가 살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지역 향우회도 41개나 된다. 종교단체 역시 43개가 있으며, 정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도 29개에 이른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