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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표값’ 받아도…유언비어 퍼뜨려도…단속은 ‘발만 동동’

등록 2011-03-03 08:18

재외선거 제도 점검
2012년 대선 ‘가상범죄의 재구성’

2012년 4월11일에 치러질 제19대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제19대 총선은 재외국민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는 첫 선거다. 230만명(추산) 재외 유권자들의 표심에 따라 여야의 비례대표 의석 몇 자리가 결정될 수 있다. 총선 여덟달 뒤인 12월19일에는 제18대 대통령 선거도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의 승패가 각각 39만표와 57만표 차이로 갈렸다. 20%(46만표) 정도만 투표해도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어 재외국민은 강력한 투표집단이 될 수도 있다.

재외선거의 비중이 큰 만큼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지만, 국외에서 발생하는 선거범죄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나 검찰 수사는 곧바로 주권침해 문제로 번질 수 있어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 선거범죄인 금품 살포, 흑색선전 사례와 이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법무부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외국정부 승인 없인 함부로 수사 못하고
무단수사로 증거 찾아도 법적인정 안돼
시민권 가진 외국국적은 소환도 어려워

[사례1]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한달 남짓 앞둔 2012년 11월. 미국 서부 ㅅ시에 사는 한국 국적의 영주권자 ㄱ은 ㅅ시를 방문한 한국 동해당 당직자 ㄴ에게서 자기 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10만달러를 받았다①. ㄴ은 ㄱ에게 교민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한인단체 간부, 한인교회 목사, 유학생회 간부 등에게 돈을 주고 동해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하도록 했다. ㄱ은 미국 시민권자인 ㅅ시 한인회장②의 개인비서이자 한국 국적의 영주권자인 ㄷ에게 현금 3만달러, 한국 국적의 유학생회장 ㄹ에게 현금 2만달러, 한국 국적의 영주권자③인 한인교회 목사 ㅁ에게 현금 3만달러를 주었다. ㄷ은 ㄱ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을 ㅅ시 총영사관에 신고했고④ , 한인교회 신도 ㅂ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누리집에 목사 ㅁ의 선거부정에 관한 글을 올렸다. 현지 한인신문에도 의혹기사가 연일 보도됐다.

[사례2] 2012년 10월. 일본 도쿄의 대한민국 대사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검찰청에 재일한인회⑤ 총무 ㄱ의 이름으로 신고가 접수됐다. 서해당이 소속 대통령 후보의 선거자금을 일본 현지 선거운동 조직의 계좌에 몰래 송금했다는 것이다. ㄱ은 이 후보에게는 숨겨진 딸이 있으며, 딸에게 비밀자금 일부가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ㄱ은 서해당 대통령 후보가 숨겨놓은 딸이라는 여성의 사진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폭로했다. 그러나 이런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⑥ .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이 이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서해당 대통령 후보는 ‘전혀 사실무근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가상사례에서 드러난 법적 허점

① 불법 선거운동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금품제공’ 행위이지만, 명백한 불법행위를 적발하더라도 직접 수사나 단속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정부의 승인 없는 수사는 주권 침해로 간주돼 외교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국정부의 승인 없이 수사를 해 증거를 얻었더라도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국내 공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② 재외선거권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한인회장 등 한인단체 간부들 중에는 시민권을 가진 외국 국적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재외선거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국적자에 대한 수사권·재판권 행사는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③ 한국 국적을 가진 유학생이나 상사 주재원 등 일시 체류자는 체류 목적이 끝나면 귀국할 가능성이 높지만 영주권자들은 귀국 여부가 불확실하다.

④ 재외공관의 영사가 직접 조사하는 영사조사제도가 있지만 검사 등에 견줘 수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영사작성 조서·영사면전 진술서·영사면전 영상녹화물 등은 법원의 판례에 비춰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다. 영주권자의 경우 영사조사를 위한 재외공관 출석에 응하지 않더라도 외교적 문제 등으로 불이익을 주기 어렵다.

⑤ 법무부 등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계 재일동포의 선거권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북한의 영향권 안에 있는 일부 구성원들이 부정한 의도를 갖고 재외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⑥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려면 해당 국가에서도 같은 범죄를 처벌하는 ‘쌍방가벌성’이 성립돼야 한다.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 공표 등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상당수 범죄가 외국 일부에서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선거사범을 ‘정치범’으로 판단해 인도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으며, 범죄인인도에만 최소한 1년 이상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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