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한항공 직원 해고무효소송 원심 파기
대한항공은 2005년 6월 단체협약 갱신을 앞두고 조종사노조와 극심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로 파업을 가결한 조종사노조는 “승객의 안전은 여전히 뒷전에 두고 전근대적 노무관리에만 매달리는 대한항공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조종사노조가 준법투쟁 등 쟁의행위에 들어가자 대한항공 사쪽이 바빠졌다. 조종사노조가 조종사들의 개인 편지함에 넣어둔 ‘단협쟁취·비행안전’이라고 적힌 ‘투쟁리본’를 거둬간 것이다. 인터넷신문인 ‘민중의 소리’는 ‘대한항공 사측, 훔쳐서라도 파업을 막아라(?)’라는 제목으로 ‘사쪽이 투쟁리본 1300개를 몰래 훔쳐갔다’고 기사를 썼다.
비조종사 노조인 ‘대한항공 노조’ 조합원인 류아무개(41)씨는 그해 7월 이 기사를 그대로 복사해 대한항공 내부통신망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다. 류씨는 기사 말고도 회사 인사정책 관련 문서 등을 대한항공 로고와 함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삭제하라는 지시·요청을 류씨가 따르지 않자 인사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들어 그해 9월 파면했다.
류씨는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냈고,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이민걸)는 일부 징계는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한항공이 기사를 작성한 ‘민중의 소리’나, 같은 기사를 게시한 조종사노조 쪽에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부 징계사유는 7년 전 일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고처분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류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김상철)는 “파면은 정당하다”며 1심 선고를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일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신문 기사 게재와 관련해 “사용자의 인사노무방침, 특히 노조에 대한 정책을 파악해 이를 노조원들에게 알리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노조의 중요한 업무중 하나”라며 “조종사노조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행한 행위는 대한항공의 노조정책·방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류씨가 속한 노조도 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기사 게재를 징계사유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나머지 징계사유는 인정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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