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청 효용에 비판 봇물
“중수부 폐지땐 커넥션 못다뤄”
“중수부 폐지땐 커넥션 못다뤄”
“앞으로 국회의원들은 수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 아닌가? 우리는 하나도 못 받아들이겠다.”
검찰은 10일 판검사 비리만을 수사하는 특별수사청 설치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합의사항을 강하게 비판했다. 판검사 비리만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이 무슨 효용성이 있느냐는 논리적 비판도 있었지만,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갑자기 국회가 던진 합의안에 뒤통수를 맞아 불쾌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은 오전 9시부터 총장과 대검 간부 등이 참석해 오전 내내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오후에도 사개특위 합의안 문안 등을 검토한 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반발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회의 분위기를 전하며, “청목회 수사 뒤에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려다 그마저 여론의 질타로 좌절되자 엉뚱하게 검찰에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특별수사청의 ‘효용’을 가장 크게 문제 삼았다. 여·야 합의안에선 국회의원 자신들은 물론,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는 대통령 친인척, 고위 공직자 등이 모두 빠진 채 판검사만 수사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여태 비리사건은 주로 정치권에서 터졌고, 국회의원들이 주역 아니었느냐”며 “자신들은 다 제외한 채 판검사만 겨냥한 수사기관이 별도로 필요한지 국민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대검 관계자도 “정·재계 비리 커넥션을 파헤친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중수부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제 그런 사건은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적 악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여·야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다수결을 통한 야당 탄압’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 의결로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면 어떤 사건들이 특별수사청으로 들어올지 눈에 보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한발 더 나아가, 삼권분립 또는 평등권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는 대통령령으로 설치된 기구인데 국회가 이를 없애고 대신 상설기구를 법무부 외청으로 만들어 내부 직제와 수사기능까지 입법으로 통제하는 것은 3권분립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특정 직역 범죄만 한정해서 수사하는 별도 수사청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도 평등권 위반 시비가 일 수 있다”며 “과연 면밀하게 판단하고 내놓은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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