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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휴일도 없이 쓸고닦아도…짙어만 가는 ‘가난의 얼룩’

등록 2011-03-14 21:00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 ㄱ(67)씨가 지난 11일 빌딩 안에 있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면소재의 여름 작업복을 입은채 용역회사 쪽이 건넨 사직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 ㄱ(67)씨가 지난 11일 빌딩 안에 있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면소재의 여름 작업복을 입은채 용역회사 쪽이 건넨 사직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롯데손보빌딩 미화원, 월 198시간 일하고 80만원
용역업체선 노동조합 만들자마자 ‘전원 해고통보’
ㄱ(67)씨는 새벽 4시께 서울 은평구에서 출발하는 7○○번 첫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린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빌딩에 도착해, 늦어도 새벽 5시부터는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다. 쓰레기 정리에 1시간, 화장실 청소가 끝나면 아침 9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면 10시가 된다. 한 시간 정도 폐지 분리작업을 하고, 복도를 한 바퀴 돌며 청소를 하면 점심시간이다. 직원들의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사무실 휴지통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시간도 여유가 없다. 휴지 등 비품을 채워넣고, 사무실 얼룩을 제거하고 맡은 층을 10여 차례 돌고나면 퇴근 시간인 오후 4시가 된다.

아침·점심 식사시간을 2시간으로 넉넉히 잡아도, ㄱ씨의 하루 근무시간은 9시간이다. 휴일을 빼고 한 달(22일)을 일하면 198시간 청소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ㄱ씨의 월급은 80만원이다.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통장에 실제로 찍히는 돈은 77만7290원이다. 이마저도 연차·휴일·조정수당 12만4000원이 추가된 금액이라, 순수 기본급은 67만6000원이다. 계산대로라면 ㄱ씨의 시급은 3414원으로, 2011년 최저임금(4320원)의 79% 수준이다.

ㄱ씨를 고용한 용역회사는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청소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고, 점심·저녁 휴게시간 3시간을 빼면 하루 6시간, 한 달 132시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본급으로 계산하면 시간당 5121원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 남아무개 현장소장은 “노동자들이 나이가 많은 탓에 휴게시간이 길어져 급여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빌딩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24명은 급여가 80만원으로 모두 같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서비스노동조합 서울경인지부 김태완 조직부장은 “몇 시간을 일했든 상관없이 회사가 임금을 80만원으로 맞춰 지급하고 있어 사실상 포괄임금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제는 퇴직금이나 연차수당 등 급여와는 별개로 지급해야할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지급하는 방식으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저임금의 원인으로 지목해 노동부에 단속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달라진 것은 없고, ㄱ씨처럼 민간빌딩에 속해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항의 한번 못해본 채 회사 쪽의 부당 노동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ㅅ대학에서 나이 때문에 해고된 뒤 롯데손해보험 빌딩에서 일하고 있는 ㅇ(67)씨는 “대학 등 괜찮은 급여를 주는 곳은 정년이 정해져 있다”며 “나이가 차도 돈이 필요하니 근무 환경이 열악한 빌딩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 빌딩처럼 입주업체가 다양한 곳은 대학과 달리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지난 1월 노조를 만들어 임금인상을 요구했던 롯데손해보험 빌딩 청소노동자 24명은 “원청과 계약이 만료됐다”며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다.

글·사진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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