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개 여성·시민단체들 촉구
성차별·성희롱 논란을 부른 한양대학교의 ‘성의 이해’ 교양 강의(<한겨레> 2월28치 10면)에서 일부 부적절한 내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민·사회 단체들은 강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겨레>가 지난 9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된 ‘성의 이해’ 강의 내용을 입수해 살펴봤더니, 교재 말고도 강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이 강의를 맡고 있는 김종흡(53) 박사(생물학)는 남성의 성기와 성기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성행위를) 장시간 해서 좋아하는 여성은 드물다. 여성의 대다수는 10분 이내를 선호한다”면서, 그 비유로 “강제적인 성행위를 여러 명에게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장시간이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여성의 성기가 몸 안쪽에 있다는 점을 설명할 때는 “(성병인 임질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여성에게 문제가 있다”며 “걸린 후에도 (감염 여부를 잘 알 수가 없어) 방치하게 되고, 계속 관계를 맺으면서 전파의 매개체가 된다”고 말해, 성병 전염의 책임이 마치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설명했다. 지난 16일 강의에서는 “이성애가 있고 동성애도 있고 양성애도 있고, 구성애도 있다. 그래도 성애 중에서 보편타당성이 있는게 이성애라고 볼 수 있다”며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으로 볼 수 있는 발언도 했다.
한편, 이 강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두고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케이(K)교수의 강의 중단을 촉구하는 사람들’은 지난 8일 성명서를 내어 “이 강의는 남성중심적 성관념, 성적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재생산하고 있다”며 “한양대 ‘성의 이해’ 강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강의 자료에 대한 20쪽 분량의 의견서를 첨부해 △에이즈환자와 성소수자 차별 △의학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 △성폭력과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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